Sangam – Charles Lloyd (ECM 2006)

찰스 로이드가 90년대 후반에 선보인 앨범들은 모두 음악적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대중적 매력이 있는 음악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제 그도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당시 보여주었던 폭발할 듯한 열정을 안으로 감춘 절제된 연주에 집중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지우로 지낸 드럼 연주자 빌리 히긴즈와 있으면 원초적이고 야성적인 자유의 영역이 그리워지곤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이런 뜨거움을 찰스 로이드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추억으로 남기려 했었던 듯하다. 2001년 빌리 히긴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그와 함께 사심 없이 자유의 영역에서 뛰논 <Which Way Is East>(ECM 2004)를 발표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빌리 히긴즈의 사망은 찰스 로이드에게 커다란 트라우마가 된 듯하다.

지난 2004년 5월 미국 산타 바바라의 로베로 극장에서 가진 실황을 담고 있는 이번 앨범 <Sangam> 역시 빌리 히긴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공연의 주제는 빌리 히긴즈에 대한 헌정이었다. 그래서일까? 찰스 로이드는 색다른 트리오로 연주에 임했다. 타블라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국적 타악기를 연주하는 자키르 후세인과 북 유럽의 드럼 연주자 에릭 할란드와 트리오를 이루어 연주하고 있는데 이런 편성은 분명 빌리 히긴즈를 의식한 것이다. 그리고 음악적 내용 역시 지난 <Which Way Is East>와 유사하다. 둘에서 셋으로 인원이 늘어나긴 했지만 음악은 멜로디가 아닌 리듬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계를 지향한다. 게다가 관악기 연주자로서 찰스 로이드의 존재도 그렇게 크지 않다. 그보다는 자키르 후세인이 만들어내는 동양적인 리듬과 에릭 할란드가 만들어 내는 서양적인 리듬이 서로 만나 하나가 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찰스 로이드 역시 관악기 연주 외에 다른 두 연주자와 함께 타악기를 연주하며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주술적이기 까지 한 원초적인 리듬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그리고 앨범 타이틀 “Sangam”이 지닌 여러 개의 흐름이 하나로 모인다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원초적 세계를 인식할 때 이해된다.

댓글

찰스 로이드가 90년대 후반에 선보인 앨범들은 모두 음악적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대중적 매력이 있는 음악들을 담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제 그도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당시 보여주었던 폭발할 듯한 열정을 안으로 감춘 절제된 연주에 집중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오랜 지우로 지낸 드럼 연주자...Sangam – Charles Lloyd (ECM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