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로 87세를 맞은 행크 존스에 의해 30년 이상 존속되어 온 The Great Jazz Trio. 한 트리오가 이토록 오랜 시간 유지되어 온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트리오는 많은 멤버의 변화가 있었다. 그런 멤버의 변화 속에서도 행크 존스는 트리오의 정체성을 굳건히 유지해왔다. 그것은 전통적인 하드 밥의 이디엄을 기반으로 전통적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또 그 와중에 멤버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피아노를 탄력적으로 변화시켜 왔음도 부인할 수 없겠다.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다. 동생 엘빈 존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기존 트리오를 해체하고 존 패티투치(베이스) 잭 드조넷(드럼)의 편성으로 새로이 구성된 트리오는 이전 엘빈 존스가 있었을 대에 비해서 훨씬 부드러워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Moanin’, Take Five 같은 리드미컬한 곡을 연주하면서도 멜로디가 강조되고 부드러움이 전면에 나서는 그런 연주가 주를 이룬다. 물론 리듬 섹션의 강렬한 순간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극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이 녹음한 앨범은 베이스의 존 패티투치, 드럼의 잭 드조넷이 함께 하고 있다. 이 새로운 편성으로 여전히 행크 존스는 스탠더드의 세계를 탐닉한다. Moaning, Take Five, Night Train 등 익히 알만한 곡들이 다시 연주되었다. 들으면 그저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듯한 피아노지만 분명 그는 연주자의 변화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피아노를 변화시켰다. 예로 지난 엘빈 존스와 함께 했던 <Someday My Prince Will Come>에서는 젊은 연주자 못지 않은 힘이 느껴졌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부드러움, 멜로디컬함에 더 큰 중점을 두는 연주를 펼친다. 그리고 잭 드조넷의 역동적 드럼 연주가 곳곳에 드러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두 연주자의 연주 또한 상당히 안정적인 진행을 보인다. 주어진 솔로 시간이 아니면 요철이 그다지 크지 않은 연주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다른 어느 때보다 편한 감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신경을 쓰지 않고 그냥 연주가 흐르는 대로 두어도 괜찮은 감상 말이다. 하지만 쟁쟁한 연주자들이 이렇게 안전한 진행을 고집했어야 하나 하는 의문 또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