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적인 일렉트로 비트와 자유롭고 즉흥적인 재즈의 연주적 측면이 만나 탄생한 일렉트로 재즈. 이재 일렉트로 재즈는 유럽에서는 확고한 자기 위치를 점유한 듯 하다. 매년 다양한 일렉트로 재즈 앨범들이 발매되고 있으며 그들간에도 경쟁이 치열하니 말이다. 그 가운데 오스트리아 출신의 제작자겸 DJ인 마르쿠스 퓌레더의 원맨 프로젝트인 파로프 스텔라의 일렉트로 재즈는 최근 유럽에서 등장한 여러 유사 음악들 가운데 확고한 자기 개성을 발휘한다.
그의 음악이 개성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데 사실 재즈가 아닌 일렉트로 뮤직 쪽의 DJ 등이 일렉트로 재즈를 시도할 때는 적당한 재즈 샘플링을 배경으로 단순 반복적인 리듬을 나열하는 것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하지만 파로프 스텔라의 음악은 단순한 “복사와 붙이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작곡의 개념이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육감적인 보컬도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음악에 사용된 리듬들도 다운템포가 일반적이라서 신비로운 보컬과 함께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래서 앨범은 클럽의 격렬한 에너지보다는 쓸쓸한 밤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 앨범은 감상용 일렉트로 재즈 앨범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듯하다. 만약 세련된 사운들 배경으로 흥겨움을 느끼고 싶다면 보너스 형식으로 수록된 “A Night In Torino”EP 수록곡 세 곡이 더 만족스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