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코 라바와 스테파노 볼라니에 이어 다닐로 레아까지 비너스 레이블에서 앨범을 녹음한 것을 보면 비너스 레이블의 이태리 재즈에 대한 관심이 장기적 계획으로 확장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이태리의 피아노 연주자들이야말로 다른 어느 국가의 연주자들보다 확고한 색을 지니고 있는 일본인들의 취향에 부합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취향이란 다름아닌 멜로디와 고급스러운 낭만적 정서로 요약될 수 있는데 이것은 이태리 재즈의 특성에 상당 부분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다닐로 레아는 여러 세션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유럽적이라 부르는 진보적인 동시에 시적인 피아니즘으로 이태리와 프랑스에서는 상당한 인지도를 획득하고 있다. 이번 앨범 <Romantica>에서 그는 비너스 레이블이 요구했을 법한 타이틀만큼이나 달콤한 낭만을 표현하면서도 이태리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강력히 투영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멜로디를 살리면서도 결코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는 모습에서 느껴진다. 이 앨범에서 그는 여러 유명 이태리 곡들을 연주하고 있는데 원곡의 강한 멜로디를 존중하면서도 매 곡마다 그 멜로디를 확장시켜 템포의 변화와 상관없이 곡들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고 있다. 그리고 결코 혼자서 연주를 진행하지도 않는다. 늘 그의 연주는 앞을 바라보는 동시 베이스와 드럼에 시선을 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 앨범이 달콤하면서도 쉽게 물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멜로디와 각 연주자들의 인터플레이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입체적인 면에 있다. 한편 이 앨범은 늘 비슷한 듯 느껴졌던 비너스 레이블의 피아노 트리오 앨범들이 한 차례 기분 좋은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Romantica – Danilo Rea Trio (Venu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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