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cero Gitano – Vicente Pradal (Virgin Classics 2004)

lp시인들은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장에 숨겨진 음악을 찾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아름다운 운율을 보여주는 시는 읽고 그 의미를 생각할 때 보다 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반대로 노래하는 가수들은 아름다운 멜로디만큼이나 의미 있는 가사를 원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멜로디에 반한 감상자가 그 가사의 깊은 의미에 한번 더 감동 받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작곡가이자 훌륭한 보컬리스트인 비첸테 프라달의 이번 앨범은 시와 음악이 이상적으로 만난 앨범이 아닐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다름아닌 스페인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1936년 스페인 내전 시 프랑코가 이끄는 파시스트 정권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 당했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카의 시 12편을 가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비첸테 프라달은 시에 음악을 붙이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한데 실제 10년 전에는 스페인의 고전 시인 쟝 드 라 크루아의 시를 소재로 앨범을 녹음하기도 했다.

비첸테 프라달이 가르시아 로카의 시를 가사로 사용해 만든 음악은 스페인적인 동시에 현대적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스타일의 플라멩고를 전통에 입각해 재현하면서도 악기 편성에 아코데온과 첼로를 추가해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독특한 플라멩고의 정열을 느끼게 해주는 박수 소리, 그리고 고통으로 신음하는 듯한 비첸테 프라달의 거친 목소리, 그 아래를 흐르는 첼로와 아코데온의 반주는 감상자를 멜랑콜리나 향수의 세계로 인도하기 보다는 가르시아 로카가 시대의 불안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을 당시로 직접 안내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주술적 마력은 비첸테 프라달이 이 앨범에서 시도하고 있는 “음악 극”형식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와 닿는다. 실제 비첸테 프라달 외에 참여한 4명의 남녀 보컬은 멜로디를 노래하는 것 외에 독백조의 읇조림, 대화형 진행 등을 통해 전체 분위기를 서사적으로 만들고 있다. 게다가 연주자 소개에 춤이라는 항목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이 앨범의 곡들로 이루어진 <Romancero Gitano>라는 공연물 또한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매우 색다른 느낌을 주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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