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작은 규모의 그룹이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모든 멤버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꽉 짜인 연주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듀오 연주, 그것도 어쿠스틱 기타 듀오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 좋은 예가 있다. 멕시코 출신의 혼성 기타 듀오 로드리고와 가브리엘라가 그 주인공. 원래 헤비 메탈 그룹 출신인 이들은 단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로 보통의 록 그룹에 버금가는 거대한 사운드, 빈틈 없는 호흡으로 절정을 향해 상승하는 연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라디오헤드, 뮤드 등의 앨범을 제작했던 존 렉키가 제작을 담당한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Rodrigo Y Gabriela>는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대부분 어쿠스틱 기타 듀오라 한다면 스패니시 플라맹코 기타 연주나, 차분한 뉴 에이지 연주를 떠올리기 쉽다. 실제 앨범을 들어보면 뉴 에이지는 아니더라도 플라맹코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주법을 소화하면서 생긴 부분적인 모습일 뿐 듀오의 음악은 어디까지나 록을 향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메탈리카의 ‘Orion’등을 연주해서가 아니다. 어쿠스틱 사운드이지만 록에서 맛볼 수 있는 강렬한 기타 리프와 화려한 솔로가 연주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듬을 연주하는 가브리엘라의 서커스처럼 화려한 연주는 록 사운드 특유의 거대한 질감을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라 하겠다. 그녀는 일체의 오버더빙 없이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기타를 두드려 타악기적인 효과를 만들고 다시 피크와 손가락의 다채로운 사용, 스트로크의 위치 변화, 뮤트의 적절한 사용 등을 통해 타악기, 베이스, 리듬 기타가 동시에 연주되는 듯한 환상을 창출해낸다. 이를 기반으로 로드리고는 화려한 기타 솔로를 펼친다. 단 두 대의 기타로 이루어진 건축적인 사운드는 4인조 밴드를 능가하는 짜릿한 흥분을 유발한다. 부담 없이 록의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아울러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할 수 있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