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Diana, You Mean Everything To Me 등을 노래하며 큰 인기를 얻었던 폴 앵카. 그의 최근 모습은 데이빗 포스터가 발굴한 재즈 보컬 마이클 부블레의 보컬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재즈를 정통으로 노래하지 않던 가수가 재즈 보컬을 가르쳤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었는데 드디어 그가 재즈 앨범을 녹음했다. 사실 필자는 전통적인 스윙 스타일의 노래를 들려준다는 사실과 앨범 표지에 이마가 훤히 드러나는 나이 든 중년의 폴 앵카의 모습에서 혹시 이 노장이 그 시절이 좋았다는 식의 노래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앨범은 상당히 신선하고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팝과 롹의 명곡들이 스윙의 틀 안에서 완벽히 환골탈태(換骨奪胎)한 모습으로 노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누가 본 조비, 스펜다우 발레, 마이클 잭슨, 팻 샵 보이스, 오아시스, REM, 반 헬렌, 너바나 등의 곡들이 재즈로 노래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까? 하지만 퐁 앵카는 재즈란 언제나 새롭게 텍스트를 바꿀 수 있는 음악임을 당당하게 입증했다. 그것도 새로운 어법이 아닌 아주 오래된 스윙이라는 언어로 말이다. 그렇다고 설마 충격적일 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폴 앵카가 노래를 시작할 때까지 그가 노래할 곡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즉, 최근 부분적으로 시도되어 온 팝의 재즈화에서 쉽게 발견되곤 하는 간간히 리듬을 흔들어 놓는 방식을 넘어 원곡에서 멜로디를 드러내어 완전히 다른 상황 속에 위치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곡의 이미지가 확연하게 달려졌다는 것은 또 아니다. 비록 인상 깊은 원곡의 인트로가 과감히 생략되었지만 원곡의 템포를 과도하게 바꾸지 않는 방식으로 그 관련성이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다. 예로 팻 샵 보이스의 It’s A Sin의 애상, 반 헬렌의 Jump에 담긴 활력, 오아시스의 Wonderwall에 담긴 젊음, 스펜다우 발레의 True에 담긴 부드러움 모두 다른 방식이지만 원곡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던 정서가 아니던가?
세기가 바뀔 무렵부터 최근까지 많은 팝 가수들이 재즈를 새롭게 노래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과거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면 폴 앵카는 과거의 시선을 미래로 전진시킨 음악을 들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이번 앨범은 다른 유사 앨범들 가운데서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