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미국이 아닌 세계의 음악으로 자리잡으면서 뜻밖의 지역에서 훌륭한 연주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베이스를 비롯한 여러 악기 연주에 출중한 실력을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 누구도 쉽게 흉내내기 어려운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리차드 보나 역시 카메룬이라는 의외의 국가가 배출한 인물이다. 카메룬이 세계 음악의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하지만 최근 재즈 및 월드 뮤직 쪽에서 리차드 보나가 펼치는 활동과 그 음악적 성과물들을 보면 가히 뜻밖의 맘에 드는 선물이라 해도 좋을 만큼 높은 완성도와 정서적 만족을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도 그는 팻 메스니 그룹의 멤버로서-이것이 그를 유럽을 넘은 세계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연을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공연들은 리차드 보나의 진면모에 황홀해 할 정도로 멋진 것이었다.
이러한 인기 때문이었을까? 뒤늦게 그의 두 번째 앨범이 우리에게 소개된다. 이 앨범에서 리차드 보나는 신비스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며 베이스, 플루트, 키보드, 기타 등 다양한 악기들을 직접 연주하며 월드 뮤직과 재즈를 아우르는 그의 개성적 사운드를 만들어 나간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곡마다 다양한 편성과 연주를 들려줌에도 앨범 전체의 차원에서 보았을 때는 전혀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리된 소박함마저 느껴지는데 그것은 화려한 기교 위로 화해, 용서, 기적, 진실된 마음 등의 정서가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이 지금까지 발매된 리차드 보나의 앨범들 가운데 리차드 보나의 진면모가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난 앨범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