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의 타이틀인 “Rendez-Vous”는 우리 말로 만남을 뜻한다. 그리고 앨범 내에는 이런 제목을 지닌 곡이 없다. 즉 로라 피지의 이번 11번째 앨범의 타이틀은 그 음악적 내용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무슨 만남이란 것일까? 그것은 바로 프랑스어와 재즈의 만남이다. 이 앨범에서 로라 피지는 전 곡을 프랑스어로 노래한다. 그렇다면 프랑스 샹송을 노래한 것일까? 아니다. 분명 프랑스어로 노래하긴 했지만 앨범에서 그녀가 노래한 곡들은“C’est Si Bon”과 “Nuages” 두 곡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스탠더드 곡들이다. 그렇다면 왜 로라 피지는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스탠더드 곡들을 노래했을까? 물론 여기에는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프랑스어 능력을 부여 받았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로라 피지는 같은 음악에 같은 내용의 가사라 하더라도 언어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프랑스어로 노래되면서 기존 스탠더드 재즈 곡들과는 다른 음악적 느낌을 드러낸다. 예로 “Fly Me To The Moon”을 바꿔 부른 “Volons Vers La Lune”을 들어보라. 같은 멜로디지만 마치 처음부터 샹송이었던 것처럼 정조가 바뀌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앨범 수록 곡들은 집시풍이 살짝 가미된 프랑스적 정취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미 셀 수 없이 노래되었던 이 스탠더드 곡들은 마치 새것 같은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결국 로라 피지가 진정 의도했던 것은 새로운 느낌으로 익숙한 멜로디를 노래하는 것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