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감독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축출되기는 했지만 자신을 공산 당원으로 소개한 좌파로 평생 제도권에 저항하여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시각을 적극 반영한 리얼리즘 영화를 제작했던 이탈리아의 감독이었다. 그런데 안정과 전위를 오가는 연주를 펼쳐온 이탈리아의 피아노 연주자 스테파노 바타글리아는 이 감독에게서 어떤 영감을 받았을까? 두 장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에서 그는 파솔리니에게 자신의 방식으로 화답을 보낸다. 그런데 두 장의 CD는 각각 다른 편성으로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담고 있다. 먼저 첫 번째 CD는 긴장이 담겨 있지만 기본적으로 어둡고 우울하지만 동시에 달콤하기도 한 연주를 들려준다. 마치 한참 전방위적으로 자신의 감수성을 확장시키던 무렵 키스 자렛이 들려주었던 자유롭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듣는 듯하다. 하지만 반대로 프랑스의 세 현악 연주자 뱅상 쿠르트와와 도미니크 피파렐리, 그리고 브뤼노 쉐비용 등과 함께 한 두 번째 CD는 어두운 긴장으로 가득한 현대 클래식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그리고 8개로 구성된 Lyra를 중심으로 모든 곡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진행된다.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 앨범 전체를 감상하다 보면 어떻게 한명의 사람을 그리면서 이리 다른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놀라게 된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은 파솔리니의 내면과 외면이 아니었을까? 늘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내세웠던 그도 사람이었고 그래서 가치전복적인 자신의 삶이 버겁거나 두려웠을 수도 있다는 스테파노 바타글리아의 가정이 음악에 투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Re: Pasolini – Stefano Battaglia (E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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