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 엔리코 피에라눈지의 2000년도 앨범 <Racconti Mediterranei>는 바로 이런 유럽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재즈의 가장 뛰어난 형태를 제시한다. 그 유럽적 재즈란 클래식의 우아한 기품과 이탈리아에 인접한 지중해 지역의 민속음악이 지닌 서정을 재즈적 자유와 결합한 것이다. 실제 앨범을 들어보면 재즈적인 맛을 느끼기 이전에 중세 시대의 한 실내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먼저 받게 된다. 분명 맑고 투명한 소리로 클래식적인 진행을 하는 피아노와 재즈적 리듬 대신 중후한 음색으로 멜로디를 강조한 연주를 펼치는 마크 존슨의 베이스, 그리고 곱고 부드러운 소리로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듯한 가브리엘 미라바시의 클라리넷이 만들어 내는 공간은 재즈보다는 클래식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게다가 각 곡들의 멜로디는 언제나 따스한 태양이 비출 것 같은 지중해 근방의 찬란한 서정을 담고 있다. 아마 이 앨범이 2000년에 발매된 이후 큰 사랑을 받았던 것에는 정갈한 실내악적 공간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이전에 감상자의 귀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서정적 멜로디 때문일 것이다.
한편 이런 독특한 공간감과 서정적 멜로디는 정교한 편곡이 없었다면 그렇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엔리코 피에라눈지는 자신의 곡을 피아노, 베이스, 클라리넷으로 구성된 트리오 버전으로 편곡하면서 각 악기별로 기능을 고정시키지 않았다. 만약 피아노가 반주하고 클라리넷이 솔로를 하며 베이스가 리듬적인 측면을 책임지는 식으로 역할이 고정되었다면 재즈적인 맛은 훨씬 더 강조되었겠지만 사운드에 내재된 중세적 서정은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각 악기에 테마를 서로 공유하고 분배하여 연주하게 하였으며 각 악기가 자율적으로 즉흥 연주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할당하면서도 중간에 서로 만나 자신들의 감성을 대위적으로 교차할 수 있는 지점을 설정했다. 그래서 각 악기들은 하나의 정서적 방향을 공유하고 이에 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것이야 말로 클래식에서의 실내악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처럼 즉흥 연주까지 감싸 안은 정교한 편곡은 앨범에 무게감을 부여한다. 이 무게감은 엄숙함과는 다르다. 이것은 앨범의 서정과 중세적 분위기가 쉽게 증발하지 않도록 하는, 정서적 여운을 지속시키는 안정제와도 같은 것이다. 이 앨범이 유럽적 분위기를 담은 명반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아… 음악이 선율에 그냥 저를 툭.. 맡기게 하네요.
서정적인 느낌도 서늘함, 우아함, 아련함, 따뜻함… 복합적으로 느껴집니다.
클라리넷 음색이 전체 분위기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같아 좋으네요..
클래식적인 맛이 나죠? 중세 영화의 사운드트랙 같기도 하고…ㅎ
오~ 맞아요..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고풍스럽다고도 할 수 있겠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