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재즈 연주자들의 대부분은 재즈 외의 다른 장르로부터 음악적 감수성의 수혜를 받았다. 흔한 팝 음악부터 각기 고유한 민속음악, 그리고 클래식 등을 들으며 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재즈를 발전시켜 온 것이다.
이탈리아의 피아노 연주자 스테파노 바타글리아는 탁월한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였다. 실제 그는 여러 유명 클래식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바하부터, 17세기 음악 그리고 힌데미트 같은 현대 클래식 음악가들의 곡을 연주한 이력이 있다. 재즈와의 만남은 이러한 클래식 연주 활동의 연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에 ECM을 통해 발매되는 새 앨범 <Raccolto>를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깊은 클래식적인 소양이 있으며 또 이를 기반으로 얼마나 직관적이고도 냉철한 연주를 자유로이 전개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의 모든 음악적 역량이 다 투입되었다 싶을 정도로 앨범은 보기 드문 치열, 치밀함을 보인다. 앨범 타이틀이 <수확>인 것은 바로 이 앨범이 스테파노 바타글리아가 가장 전력 투구한 앨범임을 의미한다 하겠다.
아무튼 두 장에 각각 피아노, 베이스, 타악기로 이루어진 트리오와 피아노, 바이올린, 타악기로 이루어진 트리오 편성 연주를 담고 있는 이번 앨범에서 그는 긴장과 불안이 깊게 내재된 현대적 공간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어두운 긴장의 질감은 단순히 재즈적인 긴장을 넘어선다. 현대 클래식적인 긴장이라고 할까? 한편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이러한 긴장이 내적인 질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그가 오른 손으로 파탄으로 치닫는 불연속적인 연주를 펼칠 때에도 끝까지 그 오른손을 감싸는 왼손의 절묘한 대위적 진행을 살펴보기 바란다. 모든 것은 혹시 작곡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치밀한 맞대응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피아노에 반응하는 베이스, 바이올린, 드럼 등에 관심을 기울여 보기 바란다. 분명 극도의 긴장을 유발하는 사운드이기는 하지만 세 악기간에 설정된 관계는 상당히 엄격함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때로는 선율적이고 때로는 파탄에 이르는 우발적 사건 같기도 한 소리의 발생이 정치한 음악적 기초 위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무한정 자유로운 것 같은 연주들이 마냥 직관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은 앨범의 공간적 긴장을 보다 강조하는 효과를 낳는다. 실제 들리는 것보다 위태로운 잠재적 긴장이랄까?
한편 두 트리오 연주를 진행함에 있어 스테파노 바타글리아의 선택은 다소 다르다. 일반적인 피아노 트리오 연주에서는 절묘한 상호 연주에도 불구하고 그가 모든 진행의 완급을 조절하는 주체였다면 도미니끄 피파렐리의 바이올린과 이룬 트리오에서는 사운드의 균형을 유지하는 조타수 역할에 충실 하는데 그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피아노 트리오로 녹음한 첫 번째 앨범이 더 깊은 감동으로 와 닿는다. 어쨌건 진보적인 재즈 앨범 가운데 자유로우면서도 모처럼 정교한 감상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을 만났다. 올 해 처음 감동을 받은 앨범이다.
요즈음…알수 없는 마음의 혼돈과 머리로는 정말 그러기 싫은 상태에 빠진 저에게,
제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느낌과 동시에 알수 없는.. 정리됨(?)을 느끼게 됩니다. 다시 정신차리고 현실에 적응하게 되네요.^^;
극단 혹은 바닥까지 가야 전기 혹은 전환점이 생기죠.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새로운 활력을 얻기 바랍니다. 음악을 통해서 말이죠 ㅎ
^^ 위로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재즈 스페이스’의 음악과 글로 힘들 땐 위로도 받고, 게을러 질 땐 자극도 받고요.
요즈음 대부분 속도전이라 허무함이 주로 남는데, 여기는 호흡이 길어서 좋습니다.
호흡을 빨리 하고 싶은데…매일 글을 올리고 싶은데 사정이 그렇지 않네요. ㅎㅎ
하하… 지금까지 그래오셨듯이 그냥 흐르는데로(사정이 안되면 안되는데로, feel받으면 feel 받는데로..^^) 해주시는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편안하기도 하고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