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기타 연주자 마크 뒤크레는 솔로건 그룹 연주건 기타 자체에 대한 한계를 넘어서는 변화무상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번 앨범 에서는 여전히 그로테스크한 자신의 기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룹 연주의 성격이 강한 음악을 들려준다. 그런데 매 곡마다 편성을 달리하는 이 그룹 연주는 작곡에 의해 정해진 방향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순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 곡들은 서로 연관을 맺고 있어서 각 곡은 독자적인 성격을 띄지 않고 보다 이전 곡의 연장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앨범은 서사적인 성격을 띈다.
이러한 서사적 음악을 담고 있는 앨범은 연주 자체에 집중하는 감상보다는 연주 안에 감추어진 것을 파악하는 의미론적인 감상을 요구한다. 실제 이번 앨범은 초현실주의 성향의 화가이자 시인이었던 앙리 미쇼와 프랑스 누보 로망의 기수였던 알랭 로브그리예의 “도착했으되 아직 여정 중”인 내용의 다소 부조리한 글들을 메타 텍스트로 차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텍스트는 앨범 타이틀 곡 “Qui Parle? 누가 말하는가?” “Emportez-Moi 저를 데려가 주세요”같은 곡을 통해 내레이션으로 직접 언급되고 있다. 그래서 이 텍스트와 음악간의 관련성을 파악하는 것이 감상의 묘미라 하겠다. 그런데 영어도 아닌 불어 텍스트에 익숙하지 못한 한국의 감상자들에게는 이것이 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이해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기에 이 앨범의 평점을 한 단계 낮출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