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기 연주자 박재천과 피아노 연주자 미연의 존재는 한국 재즈에 있어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다지 연주자 층이 두텁지도 않은 한국 재즈에서 더욱이 층이 얇은 프리 재즈를 연주한다는 점, 이로 인해 재즈계 안에서도 주류가 아닌 주변의 위치에서 마치 구도를 하듯 자신들만의 음악을 묵묵히 추구해 왔다는 점, 끝으로 앨범이 아닌 퍼포먼스성이 짙은 소규모 공연으로 예술성 높은 자신들의 음악을 알려왔다는 점이 이 두 사람과 그 음악을 재즈보다는 하나의 다른 창조적 음악의 위치에서 생각하게 해왔다. 하지만 그 평가와 상관없이 그다지 많지 않은 공연으로만 자신들의 음악을 알려왔기에 대다수의 재즈 애호가들에게 이들의 음악은 현실이 아닌 하나의 환상이자 전설이었다. 물론 앨범들이 이전에 몇 장 발매가 되었지만 모두 개별 앨범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한 이번 앨범은 상당한 음악 외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서로를 의미하는 듯한 여왕과 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그 음악도 매우 훌륭하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평소의 연주보다 되도록 부드럽게 연주하려 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치열한 음악성이 변질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첫 번째와 두 번째 곡에서 차분한 서정을 느끼게 되지만 이들이 말하는 부드러움이란 즉흥 연주를 펼치되 보다 안정적이고 유기적인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더 가깝다. 실제 박재천이 직접 쓴 곡 해설을 보면 두 사람이 나름대로 내적인 구조에 충실한 연주를 하려 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평균 8분여에 이르는 각 곡은 천천히 서정적 조용함에서 격렬한 파탄의 경지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그 호흡이 느긋하고 안정적이기에 감상자 역시 충분한 호흡을 두고 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Queen & King – 박재천 & 미연 (Audioguy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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