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에 녹음된 음원임에도 상반된 느낌으로 다가온다면 감상자의 귀나 그 음악에 대한 판단력이 잘못된 것일까? 일반적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팻 메스니와 브래드 멜다우의 새로운 공동 앨범에 대한 나의 귀는 그런 듯하다. 사실 두 연주자의 지난 첫 듀오 앨범은 아쉬움이 많았다. 그것은 시대를 이끌고 있는 두 스타일리스트가 만났다는 소식에 새로운 무엇이 두 연주자로부터 도출될 것이라는 큰 기대와 달리 어정쩡한 결과물이 나왔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게다가 브래드 멜다우가 팻 메스니에게 종속된 듯한 팻 메스니 중심의 사운드도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첫 앨범과 함께 녹음된 것이지만 그 느낌이 매우 다르다. 그렇다고 팻 메스니와 브래드 멜다우가 마음먹고 두 연주자의 합에서 새로운 플러스 알파를 뽑아 내었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여전히 사운드는 퀄텟 편성으로 이루어지면서 보다 더 팻 메스니의 틀 안에서 굴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이번 앨범이 만족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번 앨범에 이르러 두 연주자의 만남은 재즈사를 바꾸거나 재즈사의 한 획을 새로이 긋겠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존중의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것은 팻 메스니 그룹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사운드 속에서도 브래드 멜다우가 라일 메이스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기존 듀오 앨범보다 더 강하게 내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아마 그의 트리오 멤버가 같이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전체적인 흐름은 팻 메스니 그룹을 연상시키지만 브래드 멜다우의 프레이징은 분명 팻 메스니라는 동경의 대상에 위축되지 않는 그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팻 메스니의 사운드도 될 수 있고 브래드 멜다우의 사운드도 될 수 있는, 다시 말해 두 연주자가 공감된 세계에 머무는 순간도 발생한다. “Secret Beach”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어두운 밤길을 쓸쓸히 여행하는 듯한 팻 메스니의 몽롱한 기타와 우울하고 어두운 서정을 지닌 브래드 멜다우의 피아노가 너무나도 자연스레 어우러진 곡이 아닐까 싶은데 어쩌면 이것이 두 연주자가 함께 녹음했다는 사건에서 많은 감상자들이 기대했던 그 플러스 알파가 일지도 모르겠다.
올 해 말에 두 연주자의 세 번째 공동 앨범이 발매될 예정이라 한다. 역시 같은 때에 녹음된 것이다. 어떤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지 두 번째 앨범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