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헨드릭스 사망 30주년이 되었던 2000년 그를 추모하기 위한 프랑스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던 누이엔 레는 자신의 기타에 가장 영향을 준 연주자로 다른 재즈 기타리스타가 아닌 지미 헨드릭스를 언급했었다. 그것은 단지 고인의 기일을 위한 말이 아니라 실제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의 기타 톤은 자신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지미 헨드릭스의 우주적인 면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이 그의 개인 앨범보다는 파올로 프레주등 다른 연주자들의 앨범 세션에서 더 잘 드러났기에 언젠가는 본인이 직접 지미 헤드릭스를 화두로 한 앨범을 발매하기를 내심 기대하는 애호가들이 많았다.
그 기대에 부응한 앨범이 이 앨범 Purple이라 할 수 있겠는데 들어보면 예상과는 다른 사운드를 담고 있어서 당혹스럽다.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사운드를 화두로 한 음악을 예상했지만 실상은 헨드릭스의 곡들을 텍스트로 삼아 누이엔 레의 음악 스타일로 바꾼 음악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분명 그 어느 때보다 직설적이고 우주적인 누이엔 레의 기타 사운드를 들을 수 있고 전면에 나선 테리 린 캐링턴 등의 보컬을 통해 새로운 헨드릭스의 음악을 만난다는 즐거움은 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누이엔 레안에 내재된 헨드릭스를 발견하기 보다는 단순히 현대적으로 편곡된 헨드릭스의 곡들을 듣는다는 느낌이 더 강한 것이 아쉽다. 누이엔 레와 지미 헨드릭스간의 미묘한 관계가 만들어 내는 색다름을 기대하고 있는 애호가들에게는 공허함을 줄 수 있는 앨범이라 말하고 싶다. 만약 보컬없는 연주 앨범이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