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반스부터 독자적인 피아니즘을 형성했던 피아노 연주자들은 대부분 스트링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꿈꿨다. 그들에게 있어 스트링 오케스트라와 녹음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혹시 클래식 콘서트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욕망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일반 감상자들은 모르는 도발적인 매력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것은 막상 실행하기에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일까?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에 탄력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그 음악들에 투영할 줄 알았던 스티브 쿤에게도 스트링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평생의 꿈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키스 자렛에 비할만한 이력과 독창적인 피아니즘을 지닌 그를 무엇이 망설이게 했는지 몰라도 이 꿈은 60대 중반이 된 지금에서야 현실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Lullaby”, “Ocean In The Sky”처럼 필자도 매우 좋아하는 기존 그의 작곡들과 새로운 작곡들로 꾸며진 이번 앨범에 대해 필자는 만족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분명 스티브 쿤의 따스한 피아노 터치와 시적인 멜로디,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우아한 색채감과 부드러운 질감은 이번 앨범의 커다란 매력이다. 그러나 스트링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평생의 꿈이었다면 그만큼 그 오케스트라가 조금 더 능동적으로 부각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앨범의 주인이 스티브 쿤임은 분명하지만 전체 사운드에서 그는 너무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단순한 배경이 아닌 그의 피아노를 어루만지며 정서를 공감하는 존재로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부각 시키겠다는 그의 의도는 “Adagio”를 비롯한 몇몇 뛰어난 연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설득력있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것은 편곡을 담당하고 직접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카를로스 프란제티가 스티브 쿤을 너무 배려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이번 앨범은 스티브 쿤이 자신과 했던 평생의 약속은 지켜졌지만(Promise Kept!) 꿈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기다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