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 행콕하면 현재까지도 많은 재즈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그는 50년대부터 재즈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재즈의 역사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그가 지닌 탁월한 기교만큼 그는 대중적인 인기에도 관심이 많았다. 60년대 말, 아직 퓨전 재즈에 대한 개념이 형성되기 전부터 전자 악기에 관심을 보였고 이를 기반으로 헤드 헌터라는 그룹을 이끌며 70년대 펑키, 퓨전 사운드를 개척하며 인구에 회자되는 여러 명곡을 만들었던 사실, 80년대 브레이크 댄스 문화를 반영하고 이끌었던 “Rock It” , 나아가 최근 유행하는 일렉트로 재즈에 대해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했던 <Future To Future>까지 행콕은 정통적인 재즈의 길을 걸으면서 늘 대중과 호흡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피력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관심과 노력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번 앨범 <Possibilities>다.
이 앨범은 이 달에 함께 소개되는 레이 찰스의 앨범처럼 허비 행콕이 여러 대중 음악 가수,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춘 앨범이다. 허비 행콕도 자신이 어더한 컨텍스트 속에서도 자기 연주를 할 수 있음을 밝히고 싶었는지 실로 다양한 장르의 대표 인물들을 불러 모았다. 최근 각광받는 싱어송 라이터 존 메이어를 시작으로 산타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폴 사이먼, 스팅, 애니 레녹스, 그리고 다미안 라이스까지 행콕이 만난 인눌들의 면모는 실로 다양하고 정말 화려하다. 이들과 함께 행콕은 연주자들의 면모만큼이나 다양한 음악들을 선보인다. 이것은 허비 행콕이 초빙한 인물들의 음악 속으로 과감하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서건 그의 재즈 피아노 연주는 서명처럼 빛을 발한다. 다시 말해 다양한 사운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허비 행콕은 자신만의 연주를 펼친다. 허비 행콕은 어디서나 허비 행콕임을 밝히려 했던 것일까?
그러나 이 앨범은 과거 그가 추구했던 전자 사운드나 아니면 새로운 스탠더드의 영역을 개척하겠다며 과감하게 이 시대의 록 넘버들을 재즈로 연주했던 것과 다른 의미를 지닌다. 어떤 새로운 사운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기 보다 그저 허비 행콕도 마음 먹으면 그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제시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런 시도는 일회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의 음악적 의미와 상관없이 이번 앨범은 색다른 감흥을 제공하는 것만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