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The Quartet>이후 약 8년 만에 만나게 되는 피아노 연주자 양준호의 새로운 앨범이다. 그동안 그는 연주 활동을 꾸준히 펼쳤지만 앨범 녹음은 때가 되기를 천천히 기다렸다고 한다. 성급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했다는 것인데 그러기엔 너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다. 아무튼 트리오 편성으로 녹음한 이번 앨범에서 그는 빌 에반스의 피아니즘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빌 에반스가 자신의 피아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밝히는 것을 넘어 자신이 바라본 빌 에반스를 제시한다. 그래서 앨범에 담긴 곡들은 빌 에반스를 충분히 연상시키면서도 자신만의 서정과 멜로디, 그리고 역동성을 지닌 양준호를 인식하게 해준다. 따라서 단순히 빌 에반스를 화두로 한 앨범이 아니라 그동안 피아노 연주자로서 자신의 내면적 정체성을 탐구해 온 양준호라는 한 피아노 연주자의 자기 확인을 담고 있는 앨범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Portrait In Bill Evans – 양준호 Trio (Kang & Music 2008)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