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거쉰이 1935년에 작곡했던 오페라 “Porgy & Bess”의 전곡은 많은 재즈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어왔다. 그 중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핏제랄드가 함께 했던 1957년도 녹음, 그리고 마일스 데이비스와 길 에반스가 만나 함께 했던 1958년도 녹음은 뛰어난 음악성으로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두 녹음이 “Porgy & Bess”의 전형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의외로 그 이후 다른 연주자들의 해석들은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것은 늘 새로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즈의 특성상 하나의 완벽한 전형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넘기 힘든 산을 앞에 두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트럼펫 연주자 메데릭 콜리뇽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앨범의 화두로 “Porgy & Bess”를 선택했다. 그동안 프랑스 재즈 무대에서 루이 스클라비 등과 활동하며 실력을 다닌 인물이라 하지만 첫 앨범을 확고한 전통을 지닌 주제로 채우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상당히 과감한 일이다. 하지만 앨범을 들으면 이내 이런 우려는 기우였음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신예의 첫 앨범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완벽한 사운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새롭고 또 그만큼 충분히 전통을 존중한 음악이라고나 할까? 이런 결과는 메데릭 콜리뇽이 “Porgy & Bess”의 전형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즉, 그는 해석의 시작을 거쉰의 오리지널 악보에 두지 않고 마일스 데이비스와 길 에반스의 버전에 둠으로써 자연스럽게 전형을 인정하고 또 그 전형의 또 다른 측면을 드러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 앨범은 공공연하게 마일스 데이비스와 길 에반스의 흔적을 드러낸다. 끝없이 상승하는 듯한 콜리뇽의 트럼펫과 그 공간감은 일정부분 마일스 데이비스를 연상시키고 있으며 이지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는 정말 그가 길 에반스의 편곡을 존중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이 앨범이 단순히 마일스 데이비스와 길 에반스 판 <Porgy & Bess>의 재현이 아니라 메데릭 콜리뇽이라는 한 프랑스 트럼펫 연주자의 앨범으로 남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단출한 퀄텟 편성으로 연주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앨범의 몇 곡은 거대한 빅 밴드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킬 정도의 장중한 맛을 주는데 이것은 여러 차례의 오버 더빙으로 브라스 섹션의 효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랑크 뵈스테가 연주하는 펜더 로즈도 몽롱한 톤으로 브라스 섹션의 화려한 맛을 가상으로 연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악기들의 존재감이 명확하면서도 모든 것이 꽉 찬 앨범의 사운드는 앨범을 단순한 퀄텟 앨범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앨범을 지금까지 발매된 다양한 <Porgy & Bess>앨범들 가운데 독창적인 사운드를 지닌 앨범으로 기억하게 한다. 그렇기에 이 달에 선보이는 엔리코 라바, 루이 스클라비, 짐 블랙, 폴 모시앙의 문제작들을 제치고 이 앨범을 필청 앨범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