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스탠더드 재즈 곡들을 연주하듯 클래식의 유명 테마를 자기 식대로 연주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클래식과 재즈는 그 경계가 명확했으며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하는 것은 도전에 가까운 흔치 않은 일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자끄 루시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바흐에 매료되어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에서 공부할 정도로 정규 클래식 피아노를 꿈꾸던 젊은 이었다. 그런데 수업 외에 재미 삼아 클럽에서 바흐를 재즈 스타일로 연주했는데 그것이 기대 이상으로 인기가 있었다. 그래서 1959년 아예 피에르 미슐로(베이스), 크리스티앙 가로스(드럼)과 트리오를 결성해 바흐의 곡 가운데 ‘Prélude N 1 En Ut Majeur BWV 846’, ‘Toccata Et Fugue BWV 565 En Re Mineur’ 등 평소 그가 좋아했고 즐겨 듣던 곡들을 골라 재즈로 연주한 앨범을 녹음했다. 그리고 그 앨범은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원곡의 화성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재즈의 역동적인 측면을 반영한 새로운 바흐에 열광했다. 재즈 애호가들은 원곡의 우아함을 유지하면서도 날렵한 스윙감과 자유로운 즉흥연주로 새로운 옷을 입은 바흐에 열광했다.
현재도 자끄 루시에의 바흐는 여전한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많은 연주자들이 자신만의 관점에서 바흐를 재즈로 연주하고 있지만 자끄 루시에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것은 재즈와 클래식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클래식 테마를 스윙시키는 것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그야말로 진정한 크로스오버라 할 수 있겠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자크 루시에 트리오 내한했을때 공연 관람한 기억이 납니다. 베이스 연주하시는 분한테 매료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개인적으론..자크 루시에 트리오 때문에 바흐를 오히려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셨군요. 바흐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는 했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