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자와 평론가들이 정해 놓은 장르의 개념은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킬 일종의 기준으로서도 작용하지만 그 반대로 하나의 굴레로 작용할 때도 있다. 아마 드럼 연주자 데니스 체임버스의 경우 장르는 자신의 표현 욕구를 제약하는 한정에 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의 드럼 연주는 하나의 장르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의 연주 욕구에 따라 그의 드럼은 흔들리는 스윙에서, 흥겨운 펑키 사운드로, 그리고 다시 가공할 힘이 느껴지는 롹으로 자유롭게 이동을 한다. 실제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브레커 브라더스, 스탠리 클락, 비렐리 라그렌, 빌 에반스(색소폰), 조지 듀크 등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에서 세션 연주를 하는 동시 수퍼 테크니션 그룹이었던 나이어신, 그리고 지난 해 자라섬에도 왔었던 젠틀 하츠 같은 재즈 롹 성향의 그룹에서의 활동을 하는 등 하나로 묶기 곤란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발매된 신보도 마찬가지다. 키보드 연주자 짐 비어드를 주축으로 색소폰 연주자 케니 가렛, 밥 말라치, 기타 연주자 딘 브라운, 아담 로저스, 그리고 베이스 연주자 윌 리, 앤소니 잭슨 등 주로 재즈 계의 탁월한 기교파 연주자들을 불러 자신이 지닌 다양한 음악적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 관악기 트리오 네오 혼스와 했던 3곡의 협연을 비롯하여 펑키, 롹 등의 사운드를 곡마다 편성을 달리하며 연주한다. 그래도 가장 빛나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롹적인 성향의 연주를 할 때일 것이다. 거친 기타 연주를 앞에 내세운 채로 놀라운 힘과 속도로 시원한 드럼 연주를 들려줄 때가 가장 그다운 연주처럼 느껴진다. 특히 선 라 작곡의“Overtones Of China”는 다양한 변화를 곡 하나에 담고 있는 곡으로 데니스 체임버스의 음악적 성향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곡이다.
한편 드럼 연주자의 솔로 앨범은 연주자의 측면보다 그룹의 리더, 아니면 멜로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곡에 더 많이 집중된 음악을 들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데니스 체임버스의 이번 앨범은 철저하게 다양한 편성에 반응하는 체임버스의 솔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것은 앨범 수록 곡 대부분이 짐 비어드를 위시한 참여 연주자들의 곡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 곡들을 연주하며 그는 다른 연주자들의 자기 표현을 적극 권장하면서 시종일관 솔로 같은 반주, 반주 같은 솔로를 펼친다. 말하자면 정말 드럼 연주자의 앨범다운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