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솔로 앨범을 녹음한다는 것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외에 숙제처럼 남아있는 시간을 채색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만큼 침묵 속에서 사건을 발생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따른다. 프랑스의 피아노 연주자 기욤 드 샤시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는 앞서간 많은 연주자들의 솔로 앨범이 그랬던 것처럼 내면적이고 반성적인 연주를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연주를 들려준다. 그래서 그의 연주는 선율만 돋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선율과 리듬을 하나로 결합한 연주를 펼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기에 그의 연주는 차분함 속에서도 흔들림의 긴장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긴장은 말 일반적인 의미의 리듬 때문이 아니라 사운드 전체의 요철, 어찌보면 텔로니어스 몽크의 단절적 리듬과 침묵을 연상시키는 요철 때문이다. 피아노 솔로 앨범이고 공간적 여백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완결된 느낌을 주는 연주다.
Piano Solo – Guillaume De Chassy (BEE Jazz 2007)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