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자 오스카 피터슨은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평생 자신만의 색으로 연주를 해왔고 또 이런 올곧음이 감상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어 현재까지고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 그는 비밥 시대에 등장했을 때부터 화려한 기교 중심의 즉흥 연주만큼이나 비밥 이전의 발랄한 스윙감을 주저 없이 표현하는 연주를 펼쳤고 이런 그의 스타일은 고스란히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큰 변화 없이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오스카 피터슨의 음악 인생은 그가 몸담았던 재즈 레이블에 따라 초기 버브 시절, 그리고 노먼 그랜츠의 파블로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텔락 레이블에서의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버브 시절의 앨범들은 많이 향유되고 있는 반면 파블로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앨범들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파블로와 지금의 텔락 레이블에서 녹음한 앨범들의 다수는 보다 더 큰 주목을 요구하는 뛰어난 연주를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새로이 선보이는 편집 앨범 <Perfect Person: The Best Of The Pablo & Telarc Recordings>은 오스카 피터슨의 파블로, 텔락 시절을 이해하기에 아주 좋은 자료 역할을 한다. 예외적으로 1953년과 55년 녹음을 한 곡씩 담아 명목상으로는 그의 전 음악 인생을 정리했다 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시간을 정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 앨범에는 두 장의 CD에 각각 파블로 시절의 음원과 텔락 시절의 음원들이 나누어 수록되었는데 모두 오스카 피터슨의 밝고 유쾌한 연주, 그리고 트리오 퀄텟 등의 편성에서의 절묘한 호흡과 리딩 능력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시간이 흘러도 그만의 장점은 불변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