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피아노 연주자 소피아 도망시쉬는 클래식을 바탕으로 거대한 이야기보다는 단편적인 하나의 느낌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피아니즘을 트리오와 솔로를 통해 들려주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새로운 편성을 통한 발화욕구를 강하게 느꼈던 듯 처음으로 혼악기와의 협연을 들려준다. 그래서 일전에 루이 스클라비의 앨범에서 데이브 더글라스에 버금가는 연주를 들려주었던 트럼펫 연주자 장 뤽 카포조와 유포니움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악기를 연주하는 미쉘 마레를 불러 기존의 트리오와 함께 퀸텟을 형성했다. 그런데 이 퀸텟으로 그녀가 새로이 시도하는 음악은 무척이나 의외의 면을 보인다. 두 개의 관악기를 가지고 마치 빅밴드적인 울림을 만들어 내려고 한다던가, 또 이 악기들을 대체적으로 저역대에 머무르게 함으로서 볼륨감을 더 키우려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다시 퀸텟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즉흥과 편곡이 거의 대등한 분량으로 대립되어 있는 각 곡들에서 즉흥이 잘 만들어진 편곡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자유를 주었음에도 테마, 편곡에 악기가 스스로 종속된다고 할까? 호흡이 잘 맞는 거대한 사운드만큼 그 사운드 자체를 관통하는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어쩌면 소피아 도망시쉬 스스로가 트리오, 솔로의 한계를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Pentacle – Sophia Domancich (Sketch 2003)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