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잘로 루발카바는 지금까지 미국 재즈의 전통적 흐름을 기반으로 한 포스트 밥류의 앨범과 자신의 고향 쿠바의 음악을 반영한 아프로 쿠반 재즈 앨범을 동등한 비중으로 녹음해 왔다. 따라서 이번 앨범은 그의 앨범 발매 주기를 고려한다면 전통적인 포스트 밥 성향의 앨범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이와 달리 보다 진보적인 아프로 쿠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어서 뜻밖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곤잘로 루발카바는 단순히 아프로 쿠반 재즈로 한정하려 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이제 새로운 음악적 길을 모색하고 있음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이그나시오 베로아라는 당대를 대표하는 쿠반 리듬 연주자가 드럼을 연주하고 있음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쿠반 리듬을 벗어나 보다 직선적인 성향의 재즈 연주를 펼치는 것을 피하지 않는 것에서 느껴진다. 그나마 등장하는 쿠반 리듬도 결코 사운드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전자 효과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곤잘로 루발카바가 자신만의 새로움을 모색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앨범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 번 앨범은 새로운 방향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통과(Paseo)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분명 확연한 구조를 지니고 모든 연주자들이 그 구조 속에 머무르고 있지만 왠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비단 외향적인 아프로 쿠반 사운드의 특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아프로 쿠반 사운드와 전통적인 재즈를 결합하려 한데서 발생한 결과가 아닐까? 즉, 잘 구성된 사운드이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직 확고한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앨범에서도 장점으로 드러나는 것은 사운드가 아닌 각 멤버들의 탁월한 개인기들이다. 이 개인기만큼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난 긴장과 이완을 만들어 낸다.
Paseo – Gonzalo Rubalcaba (Blue Note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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