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계 프랑스인인 엔조 엔조는 프랑스 샹송계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유한다. 보통 바리에떼 프랑세즈라 불리는 프랑스 대중 음악의 영역에 위치하면서도 동시에 재즈적 색채가 농후한 시적이고 우아한, 그리고 대로는 연극적인 멋까지 느껴지는 사운드 때문이다. 프랑스 음악의 스펙트럼이 단절이 없이 자연스럽게 대중과 순수(예술)음악이 연결되는 것은 바로 엔조 엔조 같은 인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하겠는데 이번 새 앨범도 널리 알려진 그녀의 전형이 그대로 느껴진다. 물론 그렇다고 식상한 면을 찾기란 힘들다. 여전히 속삭이는 듯한 창법으로 프랑스어의 부드러움이 잘 느껴지는 가사를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어쿠스틱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말끔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반주부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양한 프랑스 대중 음악이 국내에 소개되었고 또 소개되고 있지만 이 엔조 엔조의 음악이야말로 우리가 프랑스에게서 기대하는 음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