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연주자 토마스 스트뢰넨이 이끄는 Parish는 앨범의 타이틀인 동시에 흥미로운 멤버들로 구성된 퀄텟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미 이들은 챌린지 레이블을 통해 <Rica>라는 라이브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 이 그룹은 30대의 젊은 연주자들이 아직 젊은 감성을 지니고 있지만 나이에 있어서는 노장이라 할 수 있는 보보 스텐손을 초빙한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일까? 분명 토마스 스트뢰넨의 드럼보다 보보 스텐손의 피아노가 사운드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은 피아노라는 악기가 지닌 강한 장악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 그의 연주가 탁월한 솔로보다는 하나의 배경을 제공하여 다른 젊은 후배들이 자신만의 연주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단순히 보보 스텐손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앨범을 감상하려 한다면 다소 의외의 사운드에 놀랄 수 있다.
사실 이번 앨범은 사운드에 있어서 상당한 의외성을 띈다. 그것은 보보 스텐손, 프레드릭 륭크비스트 등 국내에서 적잖은 인지도를 형성한 연주자들이 기존과는 다른 방향의 연주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보보 스텐손은 감상자가 예상할 수 있는 선율의 길을 교묘하게 벗어나며 단절과 연속을 거듭하는데 이것은 보보 스텐손보다는 폴 블레이의 느낌이 더 강하게 연상시킨다. 프레드릭 륭크비스트도 마찬가지다. 평소 포스트 밥의 직선적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그였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나른한 긴장으로 기억되고 있는 지미 주프레에 가까운 연주를 들려준다. 그리고 네 명의 연주자들은 시종 일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현대적 긴장을 만들어 나간다. 결국 하나의 현대 회화를 그리듯 즉흥에 의존하는 연주라 하겠는데 그럼에도 난잡하다거나 어렵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동시에 자신만의 연주를 펼치지만 멤버들은 하나의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려는 듯 상대의 연주에 대위적 반응을 보이며 순간적으로 견고한 건축을 완성시켜 나간다. 이것은 이들이 그 동안 정서적 공감을 위해 많은 시간을 노력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침묵 위에 완성시킨 추상은 이해할 수 있는 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