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홀랜드가 자신의 레이블 설립을 기념하기 위해 그동안 숨겨두었던 보석을 꺼냈다. 오프닝에 걸맞는 빅 밴드 연주가 바로 그 보석인데 2002년, 그러니까 첫 번째 빅 밴드 앨범 <What Goes Around>가 녹음된 후 1년이 지난 후였다. 첫 번째 빅 밴드 앨범은 데이브 홀랜드가 빅 밴드를 이끈다는 사실과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사운드로 큰 호평을 받았다. 이 두 번째 앨범 역시 그 이상의 호평을 받을만하다.
모든 음악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빅 밴드는 하나의 건축물을 상정해야 한다. 수평과 수직으로 편성을 어떻게 쌓아나가느냐에 따라 특색 없는 아파트 모양이 될 수 있고 밀라노의 두오모나, 쾰른의 대성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데이브 홀랜드의 빅 밴드는 그의 그룹 편성의 확장의 성격이 강하다. 즉, 건물의 외관보다는 인테리어에서 아름다움을 더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앨범의 사운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대한 파도처럼 빅 밴드의 흐름을 이어나가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화려한 색감으로 적재적소에 섹션이 드러나고 겹치는데 더 주력한다. 저 단순한 4각형 안에 모여있는 각종 악기와 소리의 무지갯빛 도상들을 보라. 그대로 홀랜드 빅밴드의 사운드를 대변한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보면 복잡한 앨범은 아닌, 안으로 들으면 개개인의 솔로가 빛나는 그런 앨범인 것이다. 마리아 슈나이더의 빅밴드 작품들 외에 현대 재즈에 적합한 빅 밴드 양식을 제시한 새로운 빅 밴드를 만났다는 느낌이다. 부디 이 빅 밴드가 자주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활동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