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Quiet Night – Pat Metheny (Warner 2003)

pm “Pat Metheny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라는 느낌표가 포함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필자는 언제는 메스니가 솔로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었나?라는 식으로 그 느낌표를 없애려는 반응을 보였었다. 분명 메스니의 새로운 앨범은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흥미롭고 기대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감상도 하지 않고 그저 단순한 발매 사실만으로 흥분한다는 것은 자칫 그릇된 상업적 의도에 휩쓸리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앨범의 리뷰를 의뢰받고 집에서 그의 이전 앨범들을 살펴보는데 의외로 진정한 솔로 앨범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에 놀랐다. 솔로라고 생각했던 Map Of The World(Warner 1999)의 경우 분명 그의 솔로 기타가 전체를 지배하지만 어쨌건 다른 멤버가 등장하거나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뒤따르고 있었고 Passaggio Per Il Paradiso (Geffen 1999)나 New Chautauqua(ECM 1979)같은 경우 오버 더빙을 통하여 그룹적인 느낌을 내려고 했던 앨범이었다. 평자들의 의견이 분분했던 Zero Tolerance for Silence (Geffen 1994)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정리를 하고나면 오버 더빙 없이 그저 기타 한 대와 마이크 하나를 가지고 녹음한 이번 앨범이야말로 진정한 솔로 앨범인 셈이다!

아무런 오버 더빙등의 기술적 첨가가 없는 녹음이라는 것 자체가 이번 앨범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그보다 더 우리가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이 앨범이 메스니에 의해서 집에서 녹음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각 곡들은 복잡하지 않는 구조로 편안하고 여유롭게 연주되었다. 그런데 개인적인 면이 강조될 법한데 의외로 메스니의 감정적인 측면이 많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서 집에서 녹음을 하기는 했지만 연주 자체에서 모든 것이 출발했기에 직접적인 감정보다는 자신의 연주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여 모든 내면적 요인들을 밤이라는 매게에 전사시켜 간접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픔 기쁨등의 개인적인 정서보다는 어느 조용한 밤(One Quiet Night!)이라는 특정 시간 기타를 몰입해서 기꺼이 연주하고 있는 메스니의 외면적 이미지가 앨범에 편재한다.  실제 이 앨범을 조용히 듣고 있다보면 처음에는 메스니와 일대일 조우를 하고 있는 듯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플랫과 6개의 줄이 교차된 기타가 나타나고 간혹 줄을 거스르는 소리를 내기도 하는 메스니의 손이 상상되면 메스니가 스피커에서 빠져나와 내앞에서 기타를 직접 연주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것마저 시간이 흐르면 기타를  연주하는 메스니는 사라지고 기타 소리가 들리는 어두운 불특정 공간만이 그려지며 급기야 감상자인 내가 그안에 있다는 느낌으로 발전된다. 감상자와 메스니의 음악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이처럼 그간의 메스니의 음악들이 음악에서 출발해 어딘가를 향하는 여정의 이미지로 연결이 되었다면 이번 메스니의 음악은 기타를 연주하는 메스니와 밤의 홈스튜디오라는 그의 시공간 자체에 머물 게 된다. 이것은 이 앨범에서 메스니의 연주가 멜로디 보다는 분산화음 연주를 통한 밤의 분위기를 더 강조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다. 몇 곡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들에서 멜로디는 다양한 분산 화음들 안으로 스며들어 있으면서도 없는 것같다. 설사 멜로디가 드러나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이야기를 연상시킬 정도의 서사성을 띄기보다는 동일한 성격을 지니는 동기들의 반복적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분위기 강조형의 연주가 나오게 된 것은 더빙없이 기타 하나로 멜로디와 코드를 동시에 표현해야한다는 기타만의 제약-그럼에도 마치 3대의 기타가 연주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내지에서 메스니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이 2001년 11월 24일 처음 이 앨범의 6곡을 녹음했을 당시 그 곡들 모두가 즉흥 연주였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하겠다. 이 앨범을 녹음할 때 메스니는 처음부터 앨범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당시 새로 생긴 바리톤 기타에 내쉬빌 튜닝-6줄 기타에 12줄 기타의 높은 음역대의 6줄을 걸고 1,2번줄은 그대로 둔채 나머지 4줄은 정상보다 한 옥타브 높게 튜닝하는 방법-을 하고 이 기타와 튜닝의 낯선 결합의 결과를 느껴보는 과정에서 (명징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사운드가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음을 발견한 뒤에야 앨범 제작의 영감을 얻었다. 이처럼 분위기에 대한 느낌이 우선했기에 멜로디보다는 전체로서의 사운드가 더 중시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독특한 튜닝의 바리톤 기타 사운드는 맑고 깨긋하면서도 차갑다는 느낌보다는 동그랗게 잘 다듬어진 음들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면서 따스함의 정서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앨범이 제시하고 있는 하나의 분위기, 지속되는 밤의 이미지는 분명 어떠한 편성이었건 그간 메스니의 음악이 보여주었던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룹 앨범이었던 Offramp (ECM 1984)를 비롯한 몇몇 앨범의 정서적 주조가 밤을 그리기는 했지만 그 역시 PMG음악의 특징인 정지하지 않고 늘 어딘가를 향하는 (리듬을 통한) 동적인 면이 강조되었었다. 다시 말해 그간 메스니의 음악들이 시간과 공간의 관계에 있어 시간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공간이 우위를 점한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공간 중심의 연주는 팻 메스니의 앨범보다는 지난해 그가 제작과 기타 연주로 참여했었던 폴란드 여가수 Anna Maria Jopek의 Upojenie(Warner Poland 2002)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메스니의 곡에 가사를 붙여서 노래했던 이 앨범은 상당수의 곡이 메스니의 어쿠스틱 기타 반주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 역시 시간적인 역동성보다는 면보다는 공간적인 침묵이 더 많이 강조되었었다. 이처럼 조펙의 앨범에서 이번 앨범의 단초가 드러나는 것으로 보아 1년의 간격을 두고 단 이틀에 걸쳐 이 앨범이 녹음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그 1년의 시간동안 메스니가 이 바리톤 기타 솔로를 위한 앨범을 계속 생각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한 시도를 우리 한국 애호가들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지난 해의 팻 메스니 그룹 공연에서였다. 그 공연에서 메스니는 Last Train Home을 솔로 기타로-그 날의 기타가 바리톤 기타였는지는 모르겠다.- 연주했었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같은 분위기의 연주로 앨범의 마지막에 싣고있다. 사실 당시 필자는 원래의 형태로 그룹 전체가 연주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가졌었는데 이미 메스니는 그 순간에도 그러한 기타 솔로 연주로 채워진 앨범 제작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12곡은 6곡의 즉흥 연주(2001년 11월 녹음)와 6곡의 메스니가 혼자 즐겨 연주하는 곡(2003년 1월 녹음)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그가 즐겨 연주한다고 하는 곡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Norah Jones의 Don’t Know Why와 Keith Jarrett의 My Song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채롭다. 노라 존스의 곡이야 원래 기타로 연주되었기에 어느정도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키스 자렛의 곡을 연주했다는 사실은 현대 재즈를 대표하는 이 두 연주자가 이렇게 조우한다는 사실에 많은 관심을 유발한다. 그런데 원곡만큼이나 깔금하고 정적인 메스니의 My Song을 들으면서 필자는 역시 집에서 녹음되었던 키스 자렛의 Melody At Night With You (ECM 1999)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실제 두 연주자 모두 밤을 노래하고 있으니 비록 음악적 성향의 차이는 있으나 이 두 앨범은 정서적인 차원에서 통하는 면이 있다.

이번 앨범은 바리톤 기타와 내쉬빌 튜닝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연주 가능성의 탐구에서 시작되어 그 연주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밤이라는 정서적 분위기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어쩌면 감상자에게 매우 중요한 것을 제시하는 것일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연주 자체와 그 음악이 주는 이미지적 느낌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우열을 놓고 의미없는 고민을 해왔던가? 그러나 메스니는 자연스럽게 이 둘을 통합하고 있다. 감상자를 연주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다른 매개물을 끌어들이지 않고 그 안에서 정서적 이미지를 느끼게하는데 성공하고 있으니말이다. 연주와 정서의 이상적 결합을 보여주고 있는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실제 메스니도 이번 앨범이 새로운 기타 연주의 가능성을 찾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현재까지 그룹과 트리오, 그리고 기타 세션으로 그의 활동이 이루어졌었다면 앞으로는 이 새로운 솔로 기타 사운드의 탐구를 추가하겠다고 한다. 그러므로 계속되는 그의 내면적인 순수 음악 공간의 탐구를 기대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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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t Metheny가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라는 느낌표가 포함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필자는 언제는 메스니가 솔로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었나?라는 식으로 그 느낌표를 없애려는 반응을 보였었다. 분명 메스니의 새로운 앨범은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흥미롭고 기대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감상도 하지 않고 그저 단순한 발매 사실만으로 흥분한다는 것은 자칫...One Quiet Night - Pat Metheny (Warner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