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는 색소폰 연주자 댄 구라모토, 고토 연주자 주네 구라모토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퓨전 성향의 음악을 들려주는 그룹으로 그동안 그 멤버의 구성처럼 일본적인 신비를 살짝 사운드에 가미한 음악을 들려주는 독특한 퓨전 그룹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이번 앨범은 의도적으로 일본적인 색채를 강조하려 한 의도가 엿보인다. 이미 일본의 불교 행사 백중맞이를 의미하는 “오봉”을 그 타이틀로 정한 것부터 심상치 않은데 앨범 내지에 적힌 바를 옮기면 히로시마의 결성 25주년과 그룹이 이름을 차용한 히로시마의 원폭투하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보다 더 일본적인 색채를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음악을 들어보면 이전까지 약간의 신비를 사운드에 부가하거나 하프 같은 역할을 했던 주네 구라모토의 고토 연주가 보다 더 일본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의 음악은 서구적 색채를 지닌 퓨전 재즈의 틀을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같은 동양 감상자 입장에서 이 앨범은 다소 어정쩡한 퓨전 사운드로 들리고 서양의 감상자들에겐 약간 신기한 퓨전 사운드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게다가 “오봉”이란 타이틀을 통해 동양적 도의 측면에 접근하겠다고 밝혔는데 과연 그 의도가 충실하게 반영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이런 식의 기념보다는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그룹의 결성 25주년을 기념했었다면 어땠을까? 아무튼 이번 앨범은 히로시마의 멤버들만을 위한 앨범의 성격이 강하다.
Obon – Hiroshima (Heads Up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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