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MAR… – Maria Teresa (Le Chant Du Monde 2003)

mt 월드 뮤직이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필자는 자연스럽게 프랑스를 꼽는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다양한 음악에 대한 프랑스의 흡수력은 그 한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물론 그들에게도 대중 음악이 존재하지만 그에 맞먹을 정도로 이들은 월드 뮤직을 사랑한다. 그것도 음악적 별미로서의 의미가 아닌 생활의 일부로서 말이다. 그래서 많은 음악인들은 본국에서는 무명에 가까우면서도 프랑스에서 인기를 얻거나 프랑스를 통해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마리아 테레사도 이러한 프랑스의 폭넓은 음악적 포용력의 혜택을 받은 가수에 해당한다. 그녀의 전체 이름은 마리아 테레사 페레이라(Maria Teresa Ferreira)로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양부모 모두는 포르투갈인이었다. 따라서 그녀는 포르투갈 음악을 자신의 음악적 뿌리로 두고 있다. 이처럼 음악적으로는 프랑스와 관련이 없음에도 그녀는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하며 다른 연주자들을 만나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얻고 또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녀는 1990년대 파리의 몇몇 카바레와 다수의 음악 페스티벌에서 노래를 부르며 서서히 인지도를 획득한 뒤 조르주 무스타키의 파리 올림피아 극장에서의 리사이틀 무대에 함께 서면서 그녀만의 앨범의 꿈을 키워나갔다. 그녀의 첫 앨범은 <Porto Das Palavras 말들의 항구>로 2000년도에 발매되었는데 이 앨범은 어찌된 일인지 마리아 테레사가 아닌 테레사 페레이라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리고 2002년에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두 번째 앨범 <O Mar… 오 바다..>를 마리아 테레사라는 이름으로 녹음하여 지난 해 프랑스의 르 샹 뒤 몽드 (Le Chant Du Monde)를 통해 발표했다.

마리아 테레사의 음악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포르투갈이라는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는다는 데에 있다. 물론 그녀는 포르투갈 어로 노래한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들 전부가 포르투갈의 노래인 것은 아니다. 그녀의 노래에는 포르투갈어를 공식언어로 사용하는 브라질 등의 노래도 포함되어 있다. 말하자면 포르투갈이라는 국가의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포르투갈어 권-보통 이것을 루소폰(Lusophone)이라고 표현한다-의 노래를 하는 것이다.

사실 같은 언어권이기에 브라질의 음악을 노래한다는 것이 그다지 어색한 것으로 생각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르투갈과 브라질 간의 엄청난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양국은 음악적으로 독자적인 전통을 지니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상당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마리아 테레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브라질과 포르투갈을 오간다. 여기에는 기타 연주자 토니노 도 카르모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가 음악적으로 나가야 할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게 된 것은 이 브라질 출신의 연주자와의 만남을 통해서였고 두 장의 앨범의 제작에 있어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두 사람은 함께 활동하면서 양국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음악적으로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이해했다.

이번 앨범 <O Mar…>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브라질과 포르투갈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이번 앨범은 총 14곡을 수록하고 있는데 그 중 11곡이 포르투갈 곡이고 3곡이 브라질 곡이다. 비중으로 친다면 브라질 음악이 적다고 할 수 있는데 정작 이 곡들을 음악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그녀의 노래를 반주하는 연주자들 모두는 파리에 거주하는 브라질 출신의 연주자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연주에는 브라질과 포르투갈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상호 교차한다. 그리고 그녀가 노래하는 포르투갈 노래들은 보통 포르투갈 음악의 대명사인 파두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물론 “Nem As Paredes Confesso”나 “Gaivota”같은 비극적 숙명이 느껴지는 파두 곡도 등장하지만 그녀가 노래하는 포르투갈 음악은 그녀가 포르투갈 민중 음악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이 포르투갈 민중 음악은 브라질 음악과 삶에 대한 낙관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정서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Portugal-Fado Tropical”같은 곡은 양쪽 음악에 대한 마리아 테레사 식의 결합을 보여준다. 이 곡은 브라질의 치코 부아르케에 의해 Fado Tropical이라는 제목으로 작곡되어 프랑스에서 조르주 무스타키에 의해 “Portugal”이라는 제목으로 인기를 얻었던 곡이다. 마리아 테레사는 이 곡을 그녀 특유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파두의 애상적 정서와 브라질 음악의 여유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앨범은 민속 음악보다는 월드 뮤직의 범주에 해당한다.

한편 언어와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이번 앨범은 정서적으로 상당한 만족을 준다. 필자의 경우도 아무런 생각 없이 마리아 테레사의 노래를 들었던 경우에 해당하는데 단번에 그녀의 노래가 지닌 아름다움에 빠지고 말았다. 이 앨범의 타이틀인 바다는 음악적 형식과 전통과 상관없는 순수한 감성의 근원을 이야기 하는 것이겠지만 필자 같은 단순 감상자들에게는 폭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음악이 바다가 아닐는지. 그리고 그 바다는 보이지 않는 물길로 감상자를 소박하고 평온한 풍경이 이어지는 해안을 따라 여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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