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대 말엽에 등장한 일렉트로 재즈는 올 해를 기점으로 완전한 융성기를 맞고 있다는 인상이다. 아직도 국내 애호가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일렉트로 재즈는 이제 당당히 재즈의 한 사조로서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는 닐스 페터 몰배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리믹스 앨범을 제외한 단 두 장의 앨범을 통하여 그가 제시했던 일렉트로 재즈 사운드는 강박적인 테크노의 리듬이 어떻게 무한 자유의 재즈의 즉흥성과 합일할 수 있는가?를 대변하는 독창적인 것이었다.
ECM에서 메이저사로 자리를 옮겨 발표한 이번 3번째 앨범에서도 그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는 빛을 발한다. 자신의 연주악기인 트럼펫 외에 그 트럼펫이 놓일 배경 사운드를 샘플링하고 편집하는 가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려고 하는 그의 노력이 곳곳에 드러난다. 특유의 공상과학적인 시네마틱 사운드는 빛을 발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서도 사운드의 규모를 축소시키고 과거 어쿠스틱 앨범들에서 들려주었던 멜로디가 잘 드러나는 트럼펫 연주를 입히는 부분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강박적인 테크노 리듬으로부터도 부분적으로 자유로워지려는 의도를 엿보게 되는데 이로 인해 전체 사운드의 분위기가 앰비언트 계열로 살짝 전환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제작사를 바꾸며 보다 더 대중적으로 접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ECM 시절부터 잠재적으로 내재된 것이었다. 그래서 공간적인 면의 강조를 특징으로 하는 ECM에서 일렉트로 재즈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장 대중적이었으면 일렉트로 재즈의 전형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Solid Ether(ECM 2001)의 성공요인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일종의 인기 굳히기를 시도한다는 혐의를 피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이것이 이 앨범의 유일한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로서의 음악이 주는 다소 몽환적이며 드라마틱한 면은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여기에 최근 다른 일렉트로 재즈 연주자들이 과거의 유사사운드에 자신을 결부시킴으로서 일종의 역사성, 정통성을 획득하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외부 요인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독자성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은 그만의 장점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재즈가 아닌 테크노라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다. 분명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재즈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이 바로 일렉트로 재즈고 닐스 페터 몰배의 이 앨범이다. 올 여름 특별한 몽상을 꿈꾸는 분들께 이 앨범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