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여러 스타일을 다른 어느 국가보다 잘 소화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그 중 가장 선호하는 재즈 스타일을 말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피아노 트리오 연주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유달리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제작된 앨범들 가운데 상당수는 피아노 트리오 앨범인 경우가 많다. 실제 국내에 소개된 일본 제작 앨범을 살펴보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확실한 자본력과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많은 피아노 트리오의 앨범들이 일본에서 제작되고 있는데 이 트리오 앨범들은 일본식이라고 해도 무방할만한 독특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흔히 칵테일 음악이라고 불리는 달콤하고 낭만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며 지나간 재즈의 황금기를 따뜻하게 추억할 수 있는 부드러운 연주가 일본에서 제작되는 피아노 트리오 앨범의 공통점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프렌치 재즈 트리오의 앨범 역시 이러한 일본식 트리오 앨범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비록 프랑스에서 유럽의 연주들에 의해 녹음되었지만 기존에 유러피안 재즈트리오, 맨하튼 트리니티, 비너스의 피아노 트리오 앨범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익숙한 낭만적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연주를 담고 있다. 연주된 곡들도 이미 잘 알려진 스탠더드 중의 스탠더드 곡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일본식 피아노 트리오 앨범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음악적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익숙한 정서와 연주를 새롭게 감상하면서 바쁜 일상을 벗어난 안락함에 빠지는 것이 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프렌치 재즈 트리오의 이번 앨범은 기존의 유사 앨범 목록에 자연스레 편입되면서 우아하고 편안한 정서의 연출이라는 용도에 잘 부합되는 앨범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