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즈의 현실에서 한 연주자가 자신의 앨범 한 장을 발매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한국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은 발매 사실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피아노 연주자 곽윤찬의 앨범 활동은 주목할만하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꾸준히 앨범을 녹음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세계의 연주자들과 호흡을 함께 하려는, 단지 녹음자체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한국이라는 변방의 한 피아노 연주자에게서도 세계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블루 노트 레이블을 통해서 이번 앨범이 발매될 수 있었던 것이리라.
이번 앨범도 지난 두 장의 앨범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곽윤찬의 부드럽게 이어지는 솔로와 투명한 질감의 피아노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베토벤의 비창에 대한 편곡을 시작으로 스탠더드 곡에 대한 그의 편곡도 재미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난 두 장의 앨범이 국내에서 기대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는 것이 아쉽다. 사실 지난 두 장의 앨범은 음악의 문제로 큰 기대를 얻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 연주자에 대한 편견, 홍보 부족 등의 외적인 이유가 컸다. 하지만 곽윤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아무튼 이번 앨범은 다소 온화하고 안정적인 사운드가 먼저 드러난다. 젊음의 이미지보다는 여유와 부드러움이 우선적으로 느껴진다. 이것은 분명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전의 짱짱한 그의 프레이징이 그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