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으로 드럼과 타악기를 연주하는 마뉘 카쉐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아프리카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재즈 쪽에서는 그렇게 많이 알려진 편이 아니다. 얀 가바렉과의 활동을 통해서 약간 기억되고 있을까? 그것은 그가 폭넓은 활동 무대만큼이나 장르를 초월한 음악적 포용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누 카쉐의 이번 앨범은 그의 음악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앨범은 마뉘 카쉐의 존재보다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연주자들의 미묘한 조합이 더 큰 관심을 유발한다. 동유럽의 회색 빛 어둠을 지닌 토마즈 스탄코와 마르신 바실레프스키, 슬라보미르 쿠르키에비츠, 그리고 북유럽의 냉랭함을 대표하는 얀 가바렉이 모였다는 사실은 과거 70년대와 80년대 다양한 연주자간의 조합을 시도했던 ECM의 인적 실험을 새삼 연상시킨다. 이 멤버의 조합은 엄밀히 따져보면 얀 가바렉 일파와 토마즈 스탄코 일파의 결합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스탄코와 가바렉만 놓고 보자면 이들은 70년대 초반과 1981년 게리 피콕의 리더 앨범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두 일파가 미묘한 긴장을 형성하리라는 기대를 하지는 말자. 왜냐하면 정작 마뉘 카쉐는 이미 존재하는 사운드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사운드를 위해 이 연주자들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탄코의 회색 빛 시정과 얀 가바렉의 냉랭함이 맛나게 드러나기는 하지만 모두 하나의 흔적일 뿐, 모두 전체 사운드의 조화에 전 존재를 투영하고 있다. 심지어 리더인 마누 까쉐 본인도 음악 속에 숨어버렸다. 그 결과 드러나는 것은 전체 사운드의 부드럽게 순화된 정서다. 실제 거친 부분이 하나도 없는 듯 매끄러운 사운드는 상당히 매혹적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열정이 억제된 듯한 면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