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화를 이해하려 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출발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출발하곤 한다. 실제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국내에서도 꾸준히 읽히는 필독서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리스의 운문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서양 문명의 기원을 담고 있는 진정한 기본 텍스트인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시인이 서술한 신화의 세계인만큼 풍부한 상상, 환상으로 채워져 있다.
파트리시아 바버는 바로 이 <변신 이야기>에 매료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소 어지럽게 서술된 <변신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그녀만의 언어로 새로이 신화를 정리하려 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번에 새로이 발매된 <Mythologies>가 된다. 그런데 이 작업은 그녀에게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했다. 그래서 이 앨범을 녹음하기 전에 그녀는 다른 두 장의 앨범을 녹음하며 숨 고르기를 해야 했다. 실제 이 앨범 전에 발표된 <Verse>(Blue Note 2002)와 <Live: A Fortnight In France>(2004)에는 각각‘The Moon’과 ‘Whiteworld’가 수록되어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해 만든 이 앨범은 파트리시아 바버의 음울하고 신비한 시정의 결정을 담고 있다. 예로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너무나 사랑하여 그 조각상과 결혼했던 피그말리온을 이야기한 ‘Pygmalion”이나 호기심 많은 에우리디케가 석상으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오르페우스의 슬픈 사랑을 이야기한 “Orpheus/Sonnet”에서 들리는 일상사에 무관심한 듯 건조하게 변신을 이야기하는 바버의 목소리와 피아노, 그리고 긴장을 머금은 닐 알제의 기타는 음악 시라는 평가를 받았던 <Verse>앨범의 감동을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어두운 시정은 이전 앨범들에 비해 보다 역동적인 색채를 발산하기도 한다. 이것은 수록 곡들이 신화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만큼 시적인 측면보다는 서사적인 측면이 강조된 결과다. 이를 위해 그녀는 기존 퀄텟에 색소폰, 합창 등을 추가하여 사운드의 여백을 줄였으며 음악적으로 포크, 재즈, 롹, 그리고 힙합 등을 감각적으로 섞기를 시도했다. 그중 태양신의 수레를 끌다가 죽어 포풀라 나무로 환생한 파에톤의 이야기를 다룬 ‘Phaethon’에 등장하는 합창과 랩 사운드는 지극히 개인적인 측면에 머물던 파트리시아 바버의 음악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앨범이 기획부터 녹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 그리고 이전 두 앨범에서 이번 앨범 수록곡 한 곡씩을 노래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앨범은 파트리시아 바버의 한 시기를 정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나아간다면 새로운 시기의 시작을 희미하게 알리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신들의 변신 이야기를 통해 그녀 스스로도 변하고 싶은 의지를 드러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