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었던 지난 2006년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차르트 기념 앨범들이 발매되고 있다. 재즈에서도 이를 놓치지 않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새로이 연주한 앨범들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념 음반이 그러하듯이 맛깔스러울 지라도 여운 자체는 그리 길지 않은 앨범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시도들이 이미 결정된 틀 안에 모차르트의 멜로디를 집어 넣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 시도들은 모차르트여도 상관없고 베토벤이어도 상관 없을 다소 평범한 사운드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배장은의 앨범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최근에 발매된 여러 한국 재즈 앨범들 가운데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앨범이 아닐까 싶다.
사실 최근 인상 깊은 한국 연주자들의 앨범은 자작곡을 위주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 연주자에게 더욱 더 잘 어울리는 편곡과 사운드가 초기부터 자연스레 배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익히 알려진 곡을 자신의 감수성에 맞게 편곡하는 것은 또 다른 모험을 필요로 한다. 즉, 텍스트 자체가 지닌 전형과 권위를 인정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세계에서 새로이 해석해야 하는 이중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역시나 평범한 앨범이 되기 쉽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배장은이 편곡한 모차르트는 다르다. 모차르트의 이미지를 확 바꾸었다고나 할까? 그동안 상쾌, 발랄한 악동이거나 우아한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던 모차르트와 달리 배장은의 모차르트는 다소 어둡고 진지하고 신비스럽다. 그러면서도 원곡의 흐름을 존중하며 이를 그녀의 과감한 상상으로 트리오, 보컬에 맞게 축약했기에 모차르트 자체를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이미 자신의 첫 앨범 <The End And Everything After>에서 파가니니의 음악을 독특하게 해석하며 연주자, 편곡자로서의 뛰어난 가능성을 보여준 배장은이었지만 이번 모차르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그 기대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