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룻 연주자 허버트 로우하면 70년대 클래시컬한 맛을 재즈에 가미했던 서드 스트림계열의 연주와 의외로 펑키 리듬을 타고 경쾌하게 질주했던 퓨전 스타일의 연주를 떠올리게 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그의 음악이야 말로 70년대의 분위기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었다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70년대를 벗어난 허버트 로우의 연주들은 어딘가 옷을 잘못 입었다는 느낌을 주곤 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그 성과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허버트 로우의 새로운 전기를 알리는 앨범으로 기억될 듯싶다. 사실 70년대 이후 로우의 앨범들은 전통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새롭지만 퓨전 재즈의 측면에서 본다면 보수적인 성향의 연주를 담고 있었다. 이렇게 퓨전 재즈 초기의 전형을 고수하는 면 때문에 그의 연주가 정서적으로 어색한 느낌을 주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허버트 로우는 완벽하게 그리고 창의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따라 퓨전 재즈에서 스무드 재즈로 음악적 장(場)d을 옮겼다. 스무드 재즈임을 알리기 위해 크리스 보티, 제프 로버 등을 기용하고 있지만 이들의 참여와 상관없이 앨범에 담긴 사운드는 스무드 재즈의 감각적인 맛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번 로우의 시도에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근거는 변화된 사운드에서도 연주자로서의 풍모를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주와 정서 중심의 사운드가 잘 조화를 이룬 모범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70년대 로우의 플룻이 그대로 새로운 옷을 입고 담겨 있다.
Moondance – Hubert Laws (Savoy 2004)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