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류 재즈는 쉽게 생각하면 1950년대 하드 밥에 대한 짙은 향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층을 넓히면 일본에서도 그들만의 재즈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안 샐리의 2003년도 앨범을 들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일본의 여성 보컬들 가운데서도 안 샐리의 목소리는 뭐랄까. 전통적인 재즈를 노래하기에는 다소 힘이나 성량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여성 보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즉, 자신의 목소리에 맞는 그녀만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Moon Dance>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이 앨범에서 안 샐리는 그동안 인상적이지 못했던 그녀만의 가벼움을 매력의 주요 요인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앨범의 주된 기조는 재즈라 하기 이전에 부드러운 보사노바와 나른한 포크 사운드다. 실제 그녀의 보컬을 감사는 반주는 기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앨범은 내지에 담겨 있는 사진들이 의미하듯 그다지 튀지 않는 소박함을 전달하려 애를 쓴다. 카에타노 벨로소, 스티비 원더, 샤를 트레네, 그리고 닐 영 같은 여러 장르의 음악이 자연스레 묶인 것도 이러한 소박함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작곡가의 곡을 일본어로 노래하는 두 곡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일본어가 주는 어감이 재즈나 보사노바, 포크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지만 바랜 추억을 전달하는 듯한 앨범의 분위기와는 잘 어울린다. 그러면서 일본적인 재즈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