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다양함과 상관없이 가끔씩 의외의 앨범이 리뷰 대상으로 필자에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이번 제레미 키슬링의 앨범도 그러한 경우인데 음반사는 악기 편성에 트럼펫이 있고 스트링 섹션이 앨범의 시작을 장식하고 있기에 이 앨범을 유러피안 재즈의 하나로 지레짐작을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위스 출신의 젊은 친구가 들려주는 음악은 프렌치 인디 롹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음악이다. 말하자면 음반사에서 착각을 한 것인데 사실 이 앨범을 제작한 인물이 에릭 트뤼파즈를 비롯한 여러 유럽의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을 녹음했던, 본인 또한 훌륭한 연주자인 브누아 코르보 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착각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필자는 음반사의 이 작은 착각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음악 장르와 상관없이 제레미 키슬링의 음악이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트럼펫이 리드하는 맑고 투명한 사운드에 자신의 삶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기분 좋게 들려주는 보컬은 그 외형은 다르지만 페리 블레이크나 케렌 안이 선사했었던 신선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들은 프랑스 문화권에서 가능한 음악이긴 하지만 정작 프랑스에서도 쉽게 듣기 어려운 것이기에 그 참신함의 정도는 더 크다. 그리고 이러한 기분 좋음은 재즈는 아니지만 분명 국내의 다른 재즈 애호가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것이 앨범을 다시 음반사로 돌려보내지 않고 리뷰를 쓰는 필자의 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