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재즈 애호가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지만 최근 새로이 등장하는 연주자나 보컬들을 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특히 보컬 부분은 오히려 다른 장르처럼 어린 나이에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 최근만 하더라도 멜로디 가르도, 바우터 하멜, 프레데리카 스탈 등의 20대 초반의 보컬들이 우리 귀를 새롭게 하고 있지 않은가?
영국 출신의 보컬 폴리 기본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젊은 보컬군에 포함되어야 할 인물이다. 아직 24세 밖에 되지 않는 그녀는 2006년 첫 앨범 <What The Real Reason>을 발매와 함께 영국 BBC 재즈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일약 영국 재즈의 혜성이 되었다.
하지만 음악적 성향으로 본다면 폴리 기본스는 분명 다른 동년배 보컬들과 구분되어야 한다. 사실 최근 등장하는 신예들의 음악은 재즈 보다는 팝을 더 가까이 하며 성장한 세대답게 재즈 외에 다른 장르의 음악적 요소가 많았다. 그래서 스타일로 승부를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폴리 기본스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몰론 그녀 역시 힙합 그룹의 앨범 등에서 노래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재즈 외에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 그녀의 첫 앨범에는 재즈 외에 힙합, R&B 등의 팝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앨범은 다르다. 보컬은 일단 다른 무엇보다 노래로 감상자에게 다가가야 함을 말한다고나 할까? 팝적인 맛을 뒤로 하고 보다 더 재즈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는데 전통적인 사운드를 선호하는 일본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알 수 있지만 어쨌건 맞춤 옷을 입은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와 사운드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번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그녀의 매력은 우선적으로 그녀가 백인이라는 사실을 잊게 하는 소울적인 울림이 강한 목소리다. 이 개성 강한 목소리로 그녀는 재즈와 소울을 오가며-과거 레이 찰스가 그랬던 것처럼- 노래하는데 모든 곡에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앨범의 타이틀 곡인 ‘Moanin’’의 경우 단지 흥겹게 리듬을 타는 것을 넘어 땀 흘리며 노래하고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공연 현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반면 ‘Moanin’’에 이어지는 발라드 곡 ‘Everything Must Change’의 경우 폴리 기본스의 매력이 이번 앨범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 아닐까 싶은데 깊은 슬픔을 참고 노래하는 것 같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제공한다. 그 밖에 앨범에서 그녀는 레이 찰스, 빌리 할리데이 등의 곡을 노래했는데 모두 색다른 음악적 시도보다는 가슴으로 다가가는 노래를 하는 것에 더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편성과 사운드지만 새롭고 신선하다는 평을 내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