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제작된 재즈 앨범들은 유달리 피아노 트리오 앨범들이 많다. 그만큼 일본인들이 피아노 트리오에 애착을 지니고 있다는 것 일텐데 특이한 것은 자국보다 미국 연주자를 초빙해 프로젝트 식으로 결성(을 유도)한 트리오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트리오 몽마르트, 로맨틱 재즈 트리오, 뉴욕 트리오 등 여러 트리오가 일본 제작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소개되는 맨하탄 트리니티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피아노 연주자 사이러스 체스트넛을 중심으로 모인 이 트리오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6장의 앨범을 녹음했는데 이번 2002년 녹음인 <Misty>는 그 5번째 기록이 된다.
이미 여러 일본 제작 트리오 앨범에서 느껴왔던 것처럼 맨하탄 트리니티의 연주도 일본식 트리오 연주의 전형에 충실한 연주를 들려준다. 스탠더드 곡을 레퍼토리로 삼아 낭만적 멜로디를 버리지 않는 정갈하고 안정적인 연주를 펼치고 있다. 그래서 듣기에는 아무런 부담이 없는 그러한 앨범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부담 없는 분위기는 트리오의 존재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눈을 감고 들었을 때 맨하탄 트리니티를 알아볼 수 있는 그 무엇이 부족하다. 분위기에 연주가 종속되었다고나 할까? 이것은 사실 세 연주자의 문제도 아니요 이 앨범의 문제도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 자체가 지닌 부드러움, 편안함은 분명 그 자체로 뛰어난 것이고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본식 트리오 제조법이 만들어낸 앨범들이 어디 한두 장이던가? 바로 여기에 이 앨범의 딜레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