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메스니와 브래드 멜다우. 나이 차는 나지만 현재 자신의 악기에서 커다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들이 만났다. 올 해의 이벤트 가운데 하나라도 해도 좋을 이 만남은 더욱이 다소 상이한 정서를 지닌 두 연주자가 어떤 식으로 음악을 풀어낼 것인가 하는 점에 큰 관심을 쏟게 만든다. 실제 앨범을 들어보면 탁월한 두 연주자의 호흡이 마치 오래 전부터 함께 해 온 연주자들의 느낌을 준다.
실제 두 연주자는 모두 상대의 음악에 대해 큰 매력으로 오래 전부터 느꼈으며 이후 계속 음악적 발전을 지켜보았다고 밝혔다. 먼저 브래드 멜다우는 13세 때 팻 메스니의 <Travels>(ECM 1982)에 수록된 ‘Are You Going With Me?’를 듣고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그는 이 충격을 그가 지금까지 겪었던 몇 개의 삶의 전환점, 단절의 순간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된 팻 메스니의 음악을 그는 존 콜트레인, 키스 자렛, 마일스 데이비스 등의 음악만큼이나 꾸준히 들으며 팻 메스니의 멜로디와 화성의 진행 패턴을 파악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녹음을 위해 팻 메스니가 새로이 작곡한 곡을 접했을 때 그는 이미 그 곡들을 경험한듯한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반면 팻 메스니는 90년대 중반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의 한 재즈 프로그램에서 조슈아 레드맨의 <Moodswing>(Warner 1994)에 수록된 ‘Chill’이라는 곡을 듣게 되었는데 그 곡에서 피아노 연주에 깊은 인상을 받아 차를 멈추고 곡을 끝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인상적인 피아노를 연주한 사람이 바로 브래드 멜다우였다. 그리고 줄곧 브래드 멜다우가 재즈계의 중심에 서는 과정을 꾸준히 지켜보았다고 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었으니 함께 연주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법. 그리고 실제 서로 한번 연주를 같이 하자는 이야기가 가끔 서로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오갔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언급했다시피 두 연주자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005년 12월에 맨하튼의 라잇 트랙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각자 녹음을 위해 곡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 그 연주자 순수한 듀오가 될지 아니면 퀄텟이 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두 편성 모두를 녹음하게 되었다.
그런데 앨범의 주인이 팻 메스니와 브래드 멜다우라는 사실은 감상자로 하여금 그 이상을 꿈꾸게 한다. 그렇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두 스타의 만남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 만남 자체를 넘어 두 연주자의 합에서 야기된 화학작용이 새로운 무엇을 산출하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나 역시 사실 정서적 측면에 있어서 동적이고 밝음 지향적인 팻 메스니와 어둠을 향해 깊이 침잠하곤 하는 브래드 멜다우가 만나 어떤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낼까 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앨범은 팻 메스니와 브래드 멜다우의 듀엣 앨범이기는 하지만 팻 메스니의 아우라가 브래드 멜다우를 흡수해버린 듯한 음악을 담고 있다. 이것은 앨범에 수록된 10곡 중 7곡이 메스니가 작곡한 곡이라던가 앨범 제작을 메스니가 담당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브래드 멜다우가 너무나 팻 메스니의 연주에 자신을 맞추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 그의 피아노가 들려주는 진행 패턴은 라일 메이스의 키보드를 많이 연상시킨다. 게다가 현 브래드 멜다우의 다른 트리오 멤버들이 가세한 퀄텟 연주조차 팻 메스니 그룹의 어쿠스틱 버전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므로 두 연주자가 만나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리라 기대한 감상자들에게 이 앨범은 다소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물론 두 연주자의 만남이 지닌 이벤트적 성격은 유효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