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음악은 아직까지 우리에겐 생소하다. 이러한 사정은 보다 더 정치적 상관관계를 지닌 서구 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유럽에서는 (이 역시 아랍인들의 유럽 이주와 정착 그리고 식민지 관계에 의한 것이지만) 아랍의 음악이 다양한 음악 감상 중 하나의 선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다수의 유럽인들이 아랍 음악을 감상을 통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아시아의 신비를 엿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생소한 음악인데 그네들은 우리네 음악과 아랍 음악을 어쩌면 같은 것으로 생각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라크의 모술 출신인 무니르 바쉬르는 양악기의 기타에 견줄 수 있는 아랍의 전통 악기 우드를 연주하는 인물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Mesopotamia>는 1987년 바그다드에서 녹음된 것으로 이 앨범에서 그는 우리네의 산조에 비교할 수 있는 아랍 전통의 마캄(Maqams) 연주를 들려준다. 이 마캄은 특정한 형식도 아니고 스케일도 아니다. 이것은 정신적인 면과 연주적인 면이 결합된 것으로 대부분 즉흥 연주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랍이라는 (그룻된) 선입관만 버린다면 재즈 즉흥 연주를 좋아하는 감상자들에게 무니르 바쉬르의 연주는 커다란 흥미를 끌 것이다. 특히 재즈에는 이미 튀니지의 국민 음악가이자 많은 유수의 세계적 재즈 연주자들과 협연을 벌이고 있는 아누아 브라헴의 경우가 있기에 감상 자체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나 역시 아누아 브라헴을 생각하며 앨범을 감상했는데 첫 번째 음반의 첫 곡을 듣자마자 이내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깊은 공간을 상정하고 그 안을 부유하듯 몽롱하게 채워나가는 무니르 바쉬르의 명상적인 우드 선율 때문이었다. 침묵을 앞에 두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현자(賢者)의 연주자라는 칭호에 걸맞게 깊은 숙고를 통해 의미와 성찰의 음들을 하나씩 선택해 이어나가는 그의 연주는 분명 기존의 재즈 즉흥 연주자들마저 경외감을 느끼게 할만한 지고(至高)의 연주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 즉흥 연주는 분명 아랍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어떠한 지리적, 문화적 경계도 뛰어넘는 범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닌 것으로 이 앨범을 듣는 감상자라면 쉽게 공감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