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낯선 그룹 트랜스 그루브의 이번 앨범이 담고 있는 음악은 일렉트로 재즈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 사운드는 색다르고 보다 진보적이다. 사실 생 제르맹, 줄리앙 루로, 닐스 페터 몰베 등의 초기 일렉트로 재즈의 개척자들이 사용했던 일렉트로 재즈를 위한 방법론은 각기 차이는 있었지만 일단 자유롭게 연주하고 이것을 다시 리믹스 하는 것이 주였다. 하지만 그 뒤로 이러한 방식은 프로그래밍과 연주를 조화시키는 보다 쉬운 방법론이 힘을 얻으면서 다소 주춤한 경향을 보였다. 그런데 트랜스 그루브는 이 초기 일렉트로 재즈의 방법론을 수용하고 나아가 이를 보다 발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놀랍게도 이들의 연주에는 일렉트로 재즈의 단순화된 강박적 비트와 베이스가 지배하고 있음에도 결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사용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연주한 뒤에 믹싱 과정에서 이것을 음악적인 면을 세밀하게 고려해 단순, 단편화 시킨 듯하다. 그래서 앨범에 담긴 사운드는 프로그래밍 된 강박적인 테크노 리듬이 강조되면서 평이해진 최근의 일렉트로 재즈와 달리 매우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다. 그러나 그 재 조립 과정에서 즉흥 연주의 연속성이 많이 희석된 것은 다소 한계로 남는다. 한편 보다 더 세련되고 정교한 맛을 주기는 하지만 일렉트로 재즈 이전, 마일스 데이비스가 말년에 마커스 밀러의 도움으로 추구했었던 퓨전 사운드를 강하게 떠오른다는 것은 이미 에릭 트뤼파즈가 제기하기는 했지만 새롭게 생각해야할 화두이기도 하다.
Meant To Be Like This – Trance Groove (Intuition 2003)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