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로드리게스의 이 앨범은 “깊은 바다”라는 의미의 앨범 타이틀 보다 Afro-Sambas라는 부제가 더 관심을 끈다. 아프로-삼바란 어떤 것일까? 버지니아 로드리게스는 새로이 브라질 음악과 아프리카의 음악을 결합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이 아프로-삼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60년대 중반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60년대 중반 당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빈시우스 드 모라에스는 막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던 기타 연주자 바든 파웰을 만났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의기 투합하여 1966년 앨범 한 장을 녹음하는데 그것이 바로 <Afro-Sambas>였다. 이들이 만든 아프로 삼바는 기존의 브라질 음악에 아프리카에서 브라질로 끌려왔던 흑인 노예들의 종교적 노래의 리듬과 정서적 요인들을 결합시킨 것이었다. 바로 버지니아 로드리게스는 1966년 앨범의 수록 곡 8곡에 같은 시기에 같은 정조를 담고 있는 두 사람의 곡 4곡을 새로 추가해 새롭게 <아프로-삼바>를 재현하고 있다.
그런데 아프로 브라질리언 사운드라고 하지만 그렇게 아프리카의 흔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아프리카적 요소가 종교 음악과 관련을 맺고 있다지만 그러한 면도 그다지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정서적 분위기에서 정신적이고 경건한 맛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감상을 종교적인 쪽으로 유도하지 않는다. 그저 아프로 삼바라는 브라질 음악의 또 다른 전통을 새롭게 확인하게 할 뿐이다. 실제 버지니아 로드리게스의 보컬이나 앨범을 제작하고 전 곡을 편곡한 루이즈 브라질의 관심은 정서적인 관점이 아니라 음악으로서의 아프로 삼바를 새롭게 재조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존 브라질 뮤직을 좋아하는 감상자라면 별다른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앨범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차분하게 억제된 리듬과 서정적인 곡의 진행은 기존 브라질 음악과는 다른 새로운 정서적 감흥을 불러 일으키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