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게 마리 군데르센은 올 해 48세가 된 여성 보컬이다. 그러나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이 첫 앨범이라 한다. 최근 큰 충격을 주었던 르네 마리와 유사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오랜 공연 활동을 했던 인물의 첫 앨범이기에 앨범의 내용은 신인의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경력 외에도 그다지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잉게 마리 군데르센의 소박함 때문이다. 앨범에서 들리는 그녀의 노래들은 아늑함과 우울을 오가고 있는데 그 표현 방식이 기존 북유럽 보컬 앨범들에서 쉽게 느낄 수 있었던 공간적 서정미보다는 철저히 멜로디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에서 차별점을 형성한다. 이것은 아마도 재즈 스탠더드 곡과 비틀즈, 윌리 넬슨, 캐롤 킹, 에브리 브라더스 등 미국의 포크나 컨트리 가수들의 곡들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마추어리즘마저 느껴지는 잔잔하고 깨끗한 사운드도 북유럽의 정서보다는 블루스와 거리를 두었던 이들 미국 음악 곡들의 태생적 조건 때문이었으리라. 아무튼 과장 없는 소박함이 만들어 내는 아늑함과 우울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지역적 한계와 상관없이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앨범이 될만하다. 그러나 이 앨범을 제작한 한국의 음반사에는 작은 불만이 있다. 쉽게 기억시키기 위해 잉게 마리 군데르센이라는 전체 이름 대신 잉게 마리라는 불완전한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하는 것, 게다가 아예 앨범 표지에서조차 이름을 수정하는 것은 다소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Make This Moment – Inger Marie Gundersen (Kultur & Spetakkel 2004)
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