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디 마티노가 이끄는 로맨틱 재즈 트리오는 지금까지 말 그대로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음악을 선보여왔다. 그런데 이런 부드러움은 이 트리오의 인기를 가져온 제일 큰 요인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트리오의 연주를 식상하게 만드는 한계로 작용했다. 설탕이 너무 과한 커피가 그다지 개운하지 못한 뒷맛을 남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새 앨범만큼은 달콤함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그동안 낭만적 분위기에 매몰되었던 연주의 즐거움을 복권하는데도 성공했다. 이렇게 로맨틱 트리오가 음악적 긴장을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앨범의 주제가 다름 아닌 텔로니어스 몽크의 음악이었기 때문이었다. 텔로니어스 몽크가 누구던가? 단절과 침묵을 잘 활용한 그로테스크한 피아니즘으로 시대를 앞서갔던 인물이 아니던가? 따라서 로맨틱 트리오가 기존의 감미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곡 안에 담긴 몽크의 아우라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 이런 변화가 가능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로맨틱 트리오가 이전 앨범들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것이 아니다. 또 몽크를 주제로 했다고 하더라도 로맨틱 트리오가 몽크 사운드의 재현을 목표로 두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몽크 음악에 담긴 신비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려 했다고 보는 편이 좋을 듯한데 실제 몽크적 긴장 속에서도 로맨틱 트리오만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맛만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