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예 립달의 음악을 살펴보면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상당한 관심을 쏟는다. 그리고 그가 쓴 곡들은 의외로 재즈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클래식에 편향된 모습을 보여준다. 연주자로서의 모습이 순간순간의 인상을 순발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라면 작곡을 통해서는 보다 더 복잡하고 거시적인 시각을 지닌 자신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아무튼 작곡은 그의 음악에 있어서 연주 이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또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하나의 확고한 자기 색을 견지하고 있음이 발견된다.
지난 Double Concerto(ECM 2000)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이 앨범은 이제 완숙기에 접어든 그의 놀라운 작곡을 담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간의 오케스트라 작업중 이 앨범이 가장 뛰어나다고 말하고 싶다. 현대적인 부분과 고전적인 부분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도 이 앨범이 주는 매력이지만 무엇보다도 오케스트레이션의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팔레 미켈보그의 트럼펫이나 소프라노 오쉴드 스투뵈 군데르센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정서야 말로 이 앨범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앨범 전체에 걸쳐 처연한 슬픔과 무한에 대한 인간의 동경이 모든 곡에서 주된 정서로 드러난다. 이것은 분명 ‘영원한 빛’이라는 제목이 주는 탈 개인적인 정서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덩어리처럼 동시에 진행되는 곡의 흐름은 어떤 불변의 실체에 대한 접근보다는 한번 포착한 인간적인 감정의 끝을 지속시키고 연장하는데 더 주력한다. 재즈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동을 주는 앨범이다.